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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간 수백 개 회사를 컨설팅하며 발견한 망하는 스타트업의 공통점

2019년 겨울, 서울 마포구 합정동의 한 공유오피스. 창업한 지 18개월 된 스타트업 대표가 저를 불렀습니다. 사무실에 들어서는 순간, 냄새가 달랐어요. 사람 냄새가 아니라 라면 냄새, 에너지드링크 냄새, 그리고 뭔가 썩어가는 냄새. 팀원 7명이 죄다 노트북 앞에 앉아 있는데, 아무도 말을 안 해요.

대표가 PT 자료를 열었습니다. 슬라이드가 87장이었어요. 저는 3장 보다가 손을 들었죠. “대표님, 지금 매출이 얼마예요?” 잠깐 침묵이 흘렀습니다. “…아직 본격 매출 발생 전입니다.” 저는 속으로 한숨을 삼켰어요. 이 회사, 6개월 안에 문 닫겠구나.

그 회사는 정확히 5개월 뒤에 폐업했습니다.

나도 처음엔 몰랐습니다. 진짜로.

제가 처음 컨설팅 일을 시작했을 때, 저도 그 대표랑 똑같은 생각을 했거든요.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된다.” “팀만 잘 구리면 된다.” “타이밍이 맞으면 된다.” 30년 전에 제가 초보 컨설턴트 시절에 가졌던 믿음들입니다. 순진했죠.

초창기에 제가 컨설팅했던 한 회사가 있었어요. 충청도 대전의 IT 솔루션 스타트업이었는데, 대표가 KAIST 출신에 기술력은 진짜 뛰어났습니다. 저도 그 회사 살릴 수 있다고 자신했어요. 반 년을 같이 달렸는데, 결국 망했습니다. 저도 같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어요. 그때 제가 놓친 게 뭔지 밤새 생각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뒤로 저는 망한 회사를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살린 회사보다 망한 회사를 더 열심히 봤어요. 수백 개의 케이스가 쌓이면서,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패턴은 무섭도록 일관됐어요.

망하는 스타트업에는 반드시 이게 있었습니다

첫 번째. “우리 제품은 달라요”라고 말하는 순간

저는 상담 첫날에 이 말을 들으면, 속으로 타이머를 돌립니다. 이 회사 살릴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남았나. “우리 제품은 달라요”라는 말은 번역하면 이렇거든요. “우리는 고객이 원하는 걸 아직 모르고, 우리가 만들고 싶은 걸 만들고 있어요.”

2022년에 컨설팅했던 뷰티테크 스타트업이 딱 이 경우였어요. 피부 분석 AI 앱을 만들었는데, 기능이 42가지였습니다. 사용자 인터뷰를 해봤더니, 실제로 쓰는 기능은 3개였어요. 나머지 39개는 누가 만든 거냐고요? 대표 본인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것들이었습니다. 고객한테 물어본 적이 없었어요.

제품은 창업자의 꿈을 담는 그릇이 아닙니다. 고객의 불편함을 해결하는 도구예요. 이 차이를 구분 못 하는 스타트업은, 제가 장담하건대 2년을 못 버팁니다.

두 번째. 대표가 숫자를 모릅니다

제가 컨설팅 현장에서 반드시 하는 질문이 있어요. “지금 고객 한 명 데려오는 데 얼마 드세요?” 이게 CAC(고객획득비용)거든요. 이걸 바로 대답하는 대표는, 제 경험상 10명 중에 2명도 안 됩니다. 나머지 8명은 “음…”하고 뜸을 들이거나, 마케팅팀에 물어보러 갑니다.

한번은 경기도 판교의 SaaS 스타트업을 봤는데, 대표가 MBA 출신에 영어도 잘하고 PT도 기막히게 잘했어요. 그런데 CAC 물어봤더니 “저희는 바이럴로 성장하고 있어서요…”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 자리에서 말했죠. “대표님, 바이럴은 전략이 아니에요. 행운입니다.” 그 회사 결국 투자금 12억을 다 날리고 문 닫았어요.

CAC, LTV(고객생애가치), 월 번레이트(현금 소진율). 이 세 숫자를 모르는 대표는 눈 감고 운전하는 겁니다. 어디로 가는지 모르면서 액셀만 밟고 있는 거예요.

세 번째. 팀이 대표를 무서워합니다

이게 제일 무서운 겁니다. 진짜로. 제가 현장에 가면 꼭 대표 없이 팀원들이랑 따로 얘기하는 시간을 갖거든요. 그 자리에서 나오는 말이 진짜 회사의 실체예요. “저희 대표님은 피드백을 안 받아요.” “아이디어 내면 왜 그게 안 되는지만 얘기하세요.” “그냥 시키는 대로 하는 게 편해요.”

2020년에 강남의 한 푸드테크 스타트업, 팀원이 11명이었는데 제가 면담하면서 이런 말을 들었어요. “저희 대표님한테 나쁜 소식 전하면 다음 날 분위기가 이상해져요.” 그 말 듣는 순간, 저는 그 팀 어딘가에 시한폭탄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6개월 뒤에 핵심 개발자 3명이 동시에 나갔어요. 회사는 결국 서비스 접었고요.

나쁜 소식이 대표한테 올라가지 않는 조직은, 바깥에서 보면 멀쩡해 보여도 안에서부터 썩고 있는 겁니다. 그것도 아주 빠르게.

네 번째. “일단 크게 키우고 나중에 수익화”

이 말을 들으면 저는 바로 물어봅니다. “언제요?” 대부분은 “어느 정도 규모가 되면요…”라고 합니다. ‘어느 정도’가 구체적으로 얼마인지를 대답하는 대표를 저는 지금까지 거의 못 봤어요. 이건 전략이 아니라 미루기입니다.

쿠팡이나 카카오처럼 된 회사를 보면서 “우리도 저렇게 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 회사들이 초기에 얼마나 피를 흘렸는지, 뒤에 얼마나 큰 자본이 버텨줬는지는 안 봐요. 선택적으로 보는 겁니다.

제가 살린 회사들은 대부분 이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작더라도 돈이 들어오는 구조가 있었어요. 단 한 명의 고객이라도, 기꺼이 돈을 내는 구조. 이게 없으면 나머지는 다 신기루입니다.

그래서 제가 30년 동안 확인한 단 하나의 원칙

긴 말 다 필요 없어요. 제가 수백 개 회사를 보고 나서 단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한 게 있습니다.

“고객이 지금 당장 돈을 낼 이유가 있는가.”

이게 전부입니다. 아이디어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고객이 지갑을 여는가. 여기서 출발해야 해요. 기술이 좋아도, 팀이 훌륭해도, 시장이 커도, 이 질문에 “예스”가 안 나오면 나머지는 다 장식입니다.

그리고 이걸 확인하는 방법은 하나예요. 직접 팔아보는 겁니다. 앱 만들기 전에, 투자 받기 전에, 팀 꾸리기 전에. 노션 하나 들고, 발로 뛰어서, 10명한테 팔아보세요. 10명 중에 3명이 돈 낸다면 뭔가 있는 겁니다. 아무도 안 낸다면, 그 아이디어는 아직 아이디어일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

저는 망한 회사의 대표들을 탓하지 않아요. 진심으로. 그 사람들 중에 불성실하거나 나쁜 사람은 거의 없었거든요. 오히려 너무 열심히 하다가 망했어요. 잘못된 방향으로, 엄청난 에너지를 쏟다가.

제가 본 중에 제일 가슴 아팠던 케이스는, 대구에서 올라온 40대 초반 대표였어요. 퇴직금 1억 5천에 부모님한테 5천 빌려서 총 2억으로 시작했는데, 2년 만에 다 날렸습니다. 마지막 면담 날, 그분이 저한테 이러더라고요. “제가 뭘 잘못한 건지 모르겠어요.” 저는 그 말에 대답을 못 했습니다. 아는데, 그 타이밍에 할 수가 없었어요.

그분이 잘못한 건 딱 하나였어요. 고객한테 한 번도 안 물어봤다는 거. 1억을 쓰는 동안 고객 인터뷰를 단 한 번도 안 했어요. 자기가 옳다는 걸 너무 믿었던 거죠.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 창업을 준비 중이거나 이미 하고 있다면 딱 하나만 해주세요. 오늘 당장 고객 5명한테 전화하세요. 제품 설명하지 말고, 그냥 물어보세요. “요즘 뭐가 제일 불편하세요?” 그 대답 안에 당신 사업의 진짜 답이 있습니다.

당신은 마지막으로 고객한테 직접 전화해서 물어본 게 언제였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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