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션 쓰고 나서 왜 더 바빠졌을까 — 30년 현장에서 찾은 진짜 이유

2022년 가을, 서울 마포구의 한 스타트업 사무실. 대표가 저를 보자마자 노트북을 탁 닫아버렸습니다.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더라고요. “선생님, 저 노션 도입하고 나서 야근이 두 배 늘었습니다.” 직원 열두 명짜리 회사였는데, 노션 세팅하느라 팀장급 셋이 보름을 날렸다는 거예요. 그러고도 직원들은 여전히 카카오톡으로 보고하고 있었고요.

저는 그 노트북을 다시 열어달라고 했습니다. 화면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어요. 노션 워크스페이스 안에 데이터베이스가 열일곱 개였습니다. 페이지 안에 페이지, 또 그 안에 페이지. 미로도 그런 미로가 없었죠. “이거 만드는 데 얼마나 걸렸어요?” 팀장이 쭈뼛거리며 대답했습니다. “한 달이요…”


도구가 문제가 아니라, 도구를 대하는 태도가 문제였습니다

저는 30년 동안 수백 개 기업을 들여다봤습니다. 작게는 동네 인쇄소부터, 크게는 코스피 상장사까지요. 그 시간 동안 딱 하나를 배웠어요. 도구가 나쁜 게 아니라, 도구를 쓰는 사람이 ‘목적’을 잊어버리는 게 문제라는 것. 노션도 마찬가지거든요.

노션이 처음 국내에 알려지기 시작한 게 2019년 즈음입니다. 그때부터 저는 고객사 대표들한테서 같은 말을 들었어요. “선생님, 저희 이번에 노션 도입했습니다. 이제 업무가 체계적으로 될 것 같아요.” 저는 그때마다 속으로 생각했죠. ‘한 달만 기다려보자.’

한 달 뒤에 전화가 옵니다. “선생님,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는데 더 복잡해졌어요.” 이게 한두 군데가 아니에요. 제가 직접 팔로우업한 곳만 따져도 열다섯 군데 넘게 같은 패턴이었거든요. 노션 도입 → 초반 설레임 → 3주 후 혼돈 → 2달 후 사실상 방치. 이게 반복됐습니다.


내가 직접 틀렸던 순간 — 컨설턴트도 실수를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도 한때 노션을 고객사에 적극 권유했던 사람입니다. 2020년 초, 경기도 안양에 있는 중소 무역회사에 노션을 직접 세팅해줬어요. 그때 저는 꽤 자신 있었거든요. 데이터베이스 연결하고, 보드뷰 만들고, 캘린더 연동하고. 보기에는 정말 그럴듯했습니다.

두 달 뒤에 그 회사 대표한테 연락이 왔어요. 목소리가 좀 이상했죠. “선생님, 직원들이 노션에 아무것도 안 씁니다.” 가보니까, 제가 만들어준 워크스페이스는 텅 비어 있었고, 직원들은 예전처럼 엑셀 파일을 공유 드라이브에 올리고 있었어요. 저는 그날 저녁 차 안에서 한참 생각했습니다. 내가 뭘 놓친 거지?

답은 생각보다 단순했어요. 저는 ‘도구’를 세팅했지, ‘사람’을 세팅하지 않았던 거죠. 직원들이 왜 이 도구를 써야 하는지, 쓰면 자기한테 뭐가 좋아지는지, 아무도 납득시키지 않았던 겁니다. 노션이 아무리 좋아도, 사람이 외면하면 빈 껍데기예요.


노션이 생산성을 갉아먹는 3가지 진짜 원인

현장에서 직접 보고 겪은 것들만 정리했습니다. 유튜브 영상이나 블로그 베끼기가 아닙니다.

첫째, ‘세팅 중독’에 빠집니다

노션은 솔직히 말하면 너무 예쁩니다. 아이콘도 바꿀 수 있고, 커버 이미지도 넣을 수 있고, 색깔도 입힐 수 있어요. 그러다 보면 일을 하는 게 아니라 워크스페이스를 ‘꾸미는’ 데 시간을 씁니다. 제가 본 최고 기록은 하루 여섯 시간을 노션 페이지 디자인에 쏟은 팀장이었어요. 실제 업무 산출물은 그날 제로였고요.

이게 웃긴 것 같지만, 정말 흔한 현상이에요. 세팅하고 꾸미는 행위 자체가 뇌에는 ‘일을 한 것’처럼 느껴지거든요. 근데 아무것도 안 만들어진 거잖아요. 그 에너지를 진짜 업무에 썼어야 하는 건데.

둘째, 구조가 너무 복잡해집니다

노션은 자유도가 높은 도구입니다. 뭐든 만들 수 있어요. 근데 그게 함정이에요. 자유도가 높으면 규칙이 없어지거든요. 제가 컨설팅하면서 가장 자주 본 패턴이 이겁니다. 처음엔 간단하게 만들었는데, 사람마다 페이지를 추가하고, 데이터베이스를 연결하다 보면 석 달 후에는 아무도 전체 구조를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 됩니다.

한 고객사 팀장이 저한테 이런 말을 했어요. “노션에서 뭔가를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이, 옛날에 이메일에서 찾는 시간보다 더 길어요.” 이게 도입 실패의 신호입니다. 도구가 일을 돕는 게 아니라, 도구를 관리하는 일이 생겨버린 거거든요.

셋째, 회사 전체가 아닌 일부만 씁니다

이건 정말 자주 봤습니다. 노션 도입을 주도한 사람 — 보통 젊은 팀장이나 기획자 — 혼자만 열심히 쓰고, 나머지는 안 써요. 그러면 협업 도구가 아니라 그 사람의 개인 메모장이 돼버립니다. 50대 부장님이 노션 쓰라는 말 들으면 어떻게 하는지 아세요? “그냥 저한테 이메일로 주세요” 합니다. 현실이 이렇거든요.

도입 전에 조직 내 디지털 리터러시 격차를 먼저 봐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10명 중 8명이 쓰지 않으면, 그 도구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예요.


30년 현장에서 나온 해결책 — 딱 세 가지만 합니다

복잡한 솔루션은 없어요. 복잡하면 어차피 안 하거든요. 제가 현장에서 실제로 고쳐준 방식, 그것만 드리겠습니다.

해결책 1. ‘딱 하나의 문제’만 해결하게 만드세요

노션으로 회사 모든 업무를 커버하려 하지 마세요. 처음엔 딱 하나만 해결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주간 업무 보고만 노션으로 한다” 이것만 정하는 거예요. 이게 자리를 잡으면 그때 하나씩 확장하는 겁니다. 마포구 그 스타트업 대표한테도 이 방법을 썼어요. 열일곱 개 데이터베이스를 다 지우고, 주간 보고 페이지 하나만 남겼습니다. 한 달 뒤 전 직원이 쓰고 있었어요.

한 번에 다 바꾸려는 사람치고 성공한 거 못 봤습니다. 작게 시작하세요. 작게 시작하는 게 빠르게 가는 겁니다.

해결책 2. 세팅에 쓸 수 있는 시간 상한선을 정하세요

이게 황당하게 들릴 수 있는데, 진짜 효과 있어요. “노션 초기 세팅은 이틀 이내에 끝낸다. 그 이후에는 구조를 바꾸지 않는다.” 이 규칙 하나만 정해도 세팅 중독을 막을 수 있거든요. 안양 무역회사 재컨설팅 들어갔을 때 제가 딱 이 규칙을 박았습니다. 세팅 기간 48시간, 그 이후 3개월은 구조 손대기 금지.

완벽한 구조를 만들려다 영원히 세팅만 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세상에 완벽한 시스템은 없습니다. 쓰면서 고치는 거예요. 쓰기도 전에 완성하려 하지 마세요.

해결책 3. 가장 저항하는 사람을 먼저 설득하세요

노션 도입할 때 보통 열정 있는 사람들끼리 먼저 시작하거든요. 근데 그러면 안 됩니다. 제일 안 쓸 것 같은 사람, 제일 불편해할 것 같은 사람을 먼저 설득해야 해요. 그 사람이 쓰기 시작하면 나머지는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저는 이걸 ‘최저 저항선 공략법’이라고 부릅니다.

어느 제조업체 컨설팅할 때, 60대 공장장 한 분이 계셨어요. 디지털 도구라면 손도 안 대는 분이셨죠. 저는 그분을 한 시간 동안 붙잡고 앉아서 딱 하나만 보여드렸습니다. “공장장님 주간 점검 항목, 이거 노션에서 체크만 하시면 됩니다. 보고서는 자동으로 만들어집니다.” 그분이 써보시고 한마디 하셨어요. “이게 되네.” 그 다음 주에 공장 전체가 노션 쓰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물어보겠습니다

노션은 나쁜 도구가 아닙니다. 저도 씁니다. 근데 도구는 도구예요. 망치가 좋다고 해서 나사를 망치로 박으면 안 되잖아요. 노션을 쓰기 전에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 팀이 지금 겪는 가장 큰 협업 문제가 뭔가? 그게 먼저입니다. 노션이 그 문제를 해결해줄 도구인지 나중에 판단하는 거예요.

지금 당신 회사에서 노션을 쓰고 있다면, 오늘 딱 하나만 확인해보세요. 직원들이 마지막으로 노션에 뭔가를 입력한 게 언제인지. 그 날짜가 한 달 전이면, 이미 그 노션은 죽은 겁니다. 그리고 죽은 도구를 살리는 데 에너지를 쓰는 것보다, 왜 죽었는지를 먼저 솔직하게 들여다봐야 해요.

당신 팀의 노션, 지금 살아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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