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환급액 보다가 퇴직연금 수익률을 처음 들여다봤다

올해 2월, 연말정산 환급액 확인하려고 회사 HR 시스템에 들어갔다가 우연히 퇴직연금 잔액 화면을 클릭했다. 수익률 표시가 있었는데, 숫자가 1.8%였다. 순간 멍했다. 입사한 지 14년이 지났고, 누적 잔액이 4,200만 원을 넘어선 시점인데, 1년 수익률이 1.8%라니. 그냥 은행 파킹통장이랑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수준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퇴직연금은 회사가 알아서 넣어주는 돈이고, 나중에 퇴직할 때 받는 거라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운용? 그게 내가 직접 할 수 있는 건지도 몰랐다. 그날 저녁부터 검색을 시작했고, 내가 얼마나 무지했는지를 한 시간 만에 깨달았다.

DC형인지 DB형인지, 이것부터 확인해야 한다

퇴직연금에는 크게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어떤 유형에 가입돼 있는지 정확히 몰랐다. 확인해보니 나는 DC형(확정기여형)이었다.

  • DB형(확정급여형): 회사가 운용 책임을 지고, 퇴직 시 근속연수 × 최종 3개월 평균 급여로 지급. 운용은 내 손을 떠난다.
  • DC형(확정기여형): 회사가 매년 연봉의 1/12 이상을 내 계좌에 넣어주고, 운용은 내가 직접 한다. 수익이 나면 내 것, 손실도 내 것.
  • IRP(개인형 퇴직연금): 이직이나 퇴직 시 받은 퇴직금을 굴리거나, 자발적으로 추가 납입할 수 있는 계좌.

DC형이라면 내가 직접 운용 지시를 내려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아무 지시를 안 하면 기본값인 원리금 보장형 상품(예금, 보험 등)에 그냥 묶인다. 그게 내 상황이었다. 14년 동안 회사가 넣어준 돈이 정기예금 금리 수준으로 굴러가고 있었던 것이다.

운용 방법을 바꾸는 게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퇴직연금 계좌가 개설된 금융사 앱을 받아서 들어가 봤다. 나는 신한은행에 DC형 계좌가 있었는데, 앱 안에 ‘운용 지시’라는 메뉴가 있었다. 현재 편입된 상품 목록을 보니 ‘신한 퇴직연금 안정형’ 하나에 100% 들어가 있었다. 해당 상품의 최근 1년 수익률은 2.1%.

선택할 수 있는 상품 목록을 훑어봤다. 원리금 비보장형 상품 중에 ETF 연계 상품들도 있었는데, S&P500 지수 추종 상품의 경우 2025년 기준 3년 연환산 수익률이 11.3%로 표시돼 있었다. 물론 과거 수익률이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내가 손도 안 대고 2%대에 묶어둔 것과의 차이는 너무 컸다.

📌 DC형 퇴직연금 운용 지시 변경 방법 (2026년 기준)

  1. 퇴직연금 운용 금융사 앱 또는 웹사이트 접속
  2. ‘퇴직연금 → 운용 지시 변경’ 메뉴 선택
  3. 현재 편입 상품 확인 후 해지 또는 비중 조정
  4. 원하는 상품 선택 (원리금 보장형 / 비보장형 최대 70%까지 가능)
  5. 신규 납입분과 기존 잔액 각각 운용 지시 별도 설정 가능

※ 2025년 7월 금융감독원 개정 기준, 비원리금 보장형 편입 한도는 적립금의 70%로 유지

실제로 내가 바꾼 포트폴리오 구성

전문가도 아니고 투자를 잘 아는 것도 아니라서, 최대한 단순하게 구성하려고 했다. 여러 블로그와 유튜브를 보면서 DC형에서 많이 쓰는 방식이 ‘인덱스 ETF + 안정형’ 혼합이라는 걸 알게 됐다.

내가 최종적으로 설정한 비율은 이렇다:

  • 미국 S&P500 지수 추종 ETF 연계 상품: 40%
  • 국내 코스피200 ETF 연계 상품: 20%
  • TDF 2045(Target Date Fund): 20%
  • 원리금 보장형 정기예금: 20%

TDF는 목표 은퇴 연도가 다가올수록 알아서 주식 비중을 줄이고 채권 비중을 늘리는 펀드다. 2045년이면 내가 예상 은퇴 시점이라 2045 상품을 골랐다. 직접 리밸런싱 하기 귀찮은 사람한테는 꽤 편리한 선택지다.

바꾸고 나서 약 4개월이 지났다. 글 쓰는 시점 기준으로 수익률이 5.3%로 올라와 있다. 미국 증시가 올해 들어 출렁이긴 했지만, 이전 원리금 보장형만 들고 있던 것보다는 확실히 달라진 숫자다.

퇴직연금 운용할 때 진짜 조심해야 하는 것들

한 가지만 좋아 보인다고 몰빵하면 안 된다는 걸, 주변 사례들을 보면서 느꼈다. 2022년에 S&P500 지수가 -19.4% 하락했을 때, DC형을 100% 미국 주식 ETF에 넣어뒀던 사람들은 그 해 퇴직연금이 -13% 넘게 빠졌다고 한다. 퇴직연금은 원래 은퇴 대비 장기 자금이기 때문에 단기 수익률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리스크 관리를 안 해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 비원리금 보장형 상품은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 — 금융사 앱에서 이 안내를 대충 넘기면 나중에 당황할 수 있다.
  • 운용 지시는 한 번 바꾸면 끝이 아니다 — 시장 상황이나 나이에 따라 주기적으로 점검이 필요하다. 나는 매년 1월에 한 번씩 보기로 정했다.
  • 수수료 차이도 확인하자 — 같은 S&P500 추종이라도 상품마다 운용보수가 다르다. 연 0.3%와 0.8%는 장기적으로 꽤 큰 차이가 된다.
  • 금융사별로 선택 가능한 상품 수가 다르다 — 은행보다 증권사 DC 계좌가 상품 선택폭이 더 넓다는 말이 많다. 나도 이번 기회에 신한금융투자 계좌 이전을 고민 중이다.
  • IRP 추가 납입은 세액공제 혜택이 있다 — 연 최대 900만 원까지 납입하면, 그 중 퇴직연금(DC+IRP) 합산으로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2026년 현재도 연금계좌 세액공제는 납입금의 최대 16.5%(총급여 5,500만 원 이하 기준)까지 적용된다.

마무리: 그냥 두는 게 가장 손해였다

퇴직연금은 내 돈이다. 회사가 대신 운용해주는 것도 아니고(DC형 기준), 국가가 보장해주는 것도 아니다. 근데 나는 14년 동안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냥 있겠거니, 하고. 그 결과 비슷한 기간 동안 S&P500 지수에 투자했다면 얻었을 수익률과의 격차는 말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 DC형 퇴직연금 있는데 운용 지시 한 번도 바꿔본 적 없다면, 지금 당장 앱 열어서 수익률 한 번만 확인해보시길 바란다. 뭔가 바꾸고 싶어질 것이다. 나처럼.

⚠️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투자 권유나 재무 조언이 아니며, 퇴직연금 운용은 개인의 투자 성향과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상담은 해당 금융사 또는 공인 재무설계사에게 받으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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