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어느 봄날, 저는 대기업 마케팅팀장으로서 신생 광고대행사와 협상 테이블에 앉았습니다. 상대방은 젊고 야심 찬 대표였고, 저는 자신감 있게 인사를 나눴죠. 그런데 이게 아니더라구요. 5분도 안 돼서 상대가 “저희는 월 2,000만 원으로 진행 가능합니다”라고 말했고, 저는 그 순간 “아, 이 사람 실수했다”고 생각했어요. 상대가 먼저 숫자를 꺼냈으니까요. 결과는 뭘까요? 그 대행사는 6개월 후 결국 계약을 해지당했고, 저희 회사는 더 좋은 협력사를 찾았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그건 말이에요, 협상의 가장 기본적인 원칙을 모르기 때문입니다.

1. 협상에서 먼저 가격을 말하면 안 되는 이유는 뭘까요?

쉽게 말하면, 협상이라는 게 결국 “정보 게임”이거든요. 여러분이 먼저 가격을 말하는 순간, 상대방은 여러분의 최소 기준을 알게 됩니다. 마치 포커에서 손을 다 보이는 것처럼요.

제가 30년간 대기업에서 경험한 바로는, 협상에서 먼저 가격을 제시하는 쪽이 항상 손해를 봤습니다. 왜 그럴까요?

첫째, 앵커링 효과(Anchoring Effect) 때문입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앵커링 효과는 이렇습니다. 어떤 숫자가 먼저 제시되면, 그 숫자가 협상의 기준점이 되어버린다는 거죠. 2019년 미국 대학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협상에서 먼저 제시된 숫자는 최종 결과에 65~70%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어떤 프로젝트 용역비를 생각해보세요. 제가 “이 일은 월 2,000만 원입니다”라고 말했다고 해봅시다. 그럼 상대방은 아무리 떨어뜨려도 1,500만 원대에서 생각하게 됩니다. 반대로 상대가 먼저 “우리 예산은 월 1,200만 원 정도”라고 말했다면요? 저는 “아, 그럼 1,500만 원선에서 시작해볼까?”라고 생각할 수 있죠. 같은 최종값이라도 시작점이 다르니까요.

둘째, 상대방이 나의 약점을 파악하게 됩니다

내가 먼저 가격을 말한다는 건 뭘 의미할까요? “이 정도면 적절하다”는 내 기준을 노출하는 거예요. 그럼 상대는 역으로 생각합니다. “그럼 내가 이 가격의 80%를 제시하면 상대는 어떻게 반응할까?”, “내가 최대한 낮춰서 60%를 제시해도 이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렇게요. 실제로 2022년 제 창업 초기에 있었던 일이에요. 어떤 기업의 마케팅 컨설팅을 제안했는데, 저는 자신감 있게 “연 1억 2,000만 원으로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럼 상대는 바로 알아요. 이 사람의 하한선이 대략 얼마라는 것을요. 결국 “5,000만 원으로는 어려울까요?”라고 역제안했고, 저는 결국 8,000만 원에 협상을 마무리했죠. 만약 내가 먼저 말하지 않았다면? 상대가 “우리 예산은 3,000만 원”이라고 했을 때, “그럼 6,000만 원선에서 시작하면 어떨까요?”라고 충분히 이야기할 수 있었을 겁니다.

셋째, 상대방에게 협상 주도권을 줘버립니다

협상이라는 게 뭘까요? 결국 “누가 더 상대의 진짜 니즈를 파악하고, 그걸 바탕으로 유리한 조건을 만드느냐”의 게임이거든요. 내가 먼저 가격을 말하는 순간, 상대는 “오케이, 그럼 내가 이 기준을 깎아내리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하면 되겠네”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반대로 상대가 먼저 말했다면? 저는 “왜 그 가격인지?”, “어떤 조건이라면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 있을까?”, “이 예산 안에서 뭘 더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주도적으로 생각하게 되죠.

💬 핵심 한 줄: 협상에서 먼저 가격을 말하는 것은 자신의 전략을 상대에게 무장해제한 채로 내주는 것과 같습니다.

2. 협상 상황별 올바른 대응법

그렇죠~? 그럼 이제 실제로 협상 현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30년간 해온 방식을 공개해드릴게요.

상황 1: 상대가 먼저 가격을 물어볼 때

이게 가장 어려운 상황이죠. 상대가 “그래서 얼마면 되세요?”라고 직접 묻는 경우 말입니다. 여기서 절대 하면 안 될 것이 뭘까요? 바로 “음… 제 의견으로는…”이라고 시작해서 숫자를 던지는 거예요. 대신 저는 이렇게 말합니다.

“좋은 질문이네요. 그런데 그 전에 좀 더 알고 싶은 게 있어요. 지금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세요? 일정인가요, 품질인가요, 아니면 예산인가요?”

이렇게 역질문을 던지는 거죠. 2018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협상 중 역질문을 충분히 던지는 쪽이 최종적으로 67% 더 높은 만족도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상대의 진정한 니즈를 파악하게 되거든요. 상대가 “일정이 가장 중요해요”라고 답했다면? 저는 “그럼 빠른 완성을 위해 추가 인력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고, 그 대신 비용은 조정되어야 할 것 같은데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미 상대의 우선순위를 알았으니까요.

상황 2: 상대가 먼저 가격을 제시했을 때

오! 이건 대박입니다. 상대가 먼저 숫자를 말했다면, 여러분은 왕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절대 그 숫자에 대해 즉답하지 마세요. 대신 “아, 그 정도면 어느 정도 규모의 프로젝트를 상정하신 건가요?”라고 물어보세요. 상대가 구체적으로 설명할 때까지 말이에요. 왜냐하면 그 과정에서 상대의 예산이 얼마나 탄력적인지, 어디서 더 투자할 의지가 있는지 파악할 수 있거든요.

실제로 2021년 제가 마주했던 사례가 있습니다. 어떤 스타트업이 “저희는 마케팅에 월 500만 원을 생각하고 있어요”라고 말했어요. 저는 바로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이 예산으로는 정확히 뭘 기대하고 계세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럼 대표가 “SNS 관리, 광고 운영, 분석 리포트까지 다 하길 원합니다”라고 답했죠. 저는 그때 “음, 아무리 봐도 500만 원으로는 이 모든 걸 제대로 할 수 없어요. 대신 이렇게 하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어요. SNS만 먼저 2개월간 집중적으로 관리하고(월 500만 원), 그 성과에 따라 광고 운영비를 추가하는 방식으로요. 결과는요? 그 회사와 8개월을 함께 했고, 최종적으로는 월 800만 원대로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처음부터 “월 1,500만 원입니다”라고 고집했다면, 아마 계약도 못 했을 겁니다.

상황 3: 협상 초기에 자신의 가격을 제시해야만 할 때

자, 그런데 여러분이 정말 상황상 먼저 가격을 말해야 한다면 어떻게 할까요? 저는 이렇게 합니다.

먼저 가격이 아니라 “가격의 구조”를 설명해요. 예를 들어, “이 프로젝트는 크게 기획비 2,000만 원, 제작비 3,000만 원, 운영비 1,500만 원 이렇게 3가지로 나뉘는데, 혹시 여기서 순서를 조정하거나 특정 항목을 줄일 의향은 있으신가요?”라고 말하는 거죠. 이렇게 하면 뭐가 좋을까요? 상대가 “아, 기획은 꼭 필요하지만 운영비는 3개월 후부터 시작해도 될 것 같아요”라고 바로 협상포인트를 제시하게 됩니다. 고정된 숫자 하나를 던진 게 아니라, 구조를 보였으니까요.

💡 협상에서 먼저 가격을 말하면 안 되는 3가지 핵심 이유
✔ 앵커링 효과로 인해 상대방이 그 숫자를 기준으로 협상을 진행하게 되며, 이는 협상 결과에 65~70% 영향을 미칩니다
✔ 자신의 약점(하한선)을 먼저 노출하면 상대방이 역으로 낮은 가격을 제시할 여지를 갖게 됩니다
✔ 협상의 주도권을 잃어버리고 상대방의 반박 전략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게 됩니다

3. 협상 전에 반드시 준비해야 할 3가지

자~ 이제 막 알게 됐을 거예요. “아, 내가 먼저 가격을 말하면 안 되겠네”라는 걸요. 그럼 그 전에 뭘 준비해야 할까요?

1단계: 시장 가격 조사 (최소 5개 회

Leave a comment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