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5월 9일, 백상예술대상 레드카펫 위에서
그날 저녁 7시쯤이었을 겁니다. 저는 강남의 한 호텔 로비에서 지인과 미팅을 마치고 나오던 참이었거든요. 로비 대형 스크린에 백상예술대상 레드카펫 생중계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갑자기 주변 사람들이 멈춰 서더군요. 화면에 손예진이 등장한 순간이었습니다.
화이트 드레스를 입은 그녀가 걸어나오는데, 솔직히 말해서 저도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43세 나이가 믿기지 않는 실루엣이었거든요. 어깨 라인부터 허리, 골반까지 드레스가 몸에 완벽하게 붙어 있었는데, 그게 단순히 마른 게 아니었습니다. 탄탄하게 잡힌 근육 위에 드레스가 걸쳐진 느낌이랄까요.
“드레스 입으려고 운동하고 식단하고 너무 수고했다!! 내 몸아”
시상식 다음 날, 손예진이 자신의 SNS에 올린 글입니다. 저는 이 짧은 문장을 보면서 30년간 수백 명의 CEO들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습니다. 목표가 명확하면 과정이 구체화된다는 것 말입니다. 그녀는 막연히 “건강해지자”가 아니라 “이 드레스를 완벽하게 소화하자”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고, 그 목표를 위해 운동과 식단이라는 수단을 정확히 선택했더군요.
왜 대부분의 자기관리는 작심삼일에 그치는가
제가 컨설팅을 시작한 1990년대 초반, 경기도 안양의 한 제조업체 사장님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직원 45명 규모의 플라스틱 사출 공장이었는데, 그분이 제게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이 선생, 나도 운동 시작했어. 매일 아침 조깅하려고. 근데 3주째인데 왜 몸이 그대로야?”
저는 그때 물었습니다. “사장님, 어떤 몸을 원하십니까?” 그분이 멈칫하시더군요. “그냥… 건강해지려고.” 바로 그게 문제였습니다. 목표가 없으면 과정도 없거든요. 손예진이 했던 것처럼 “5월 9일 백상에서 이 드레스를 입는다”라는 명확한 데드라인과 구체적인 시각적 목표가 있어야 몸은 반응합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 역시 40대 초반에 같은 실수를 했습니다. 2005년쯤이었을 겁니다. 컨설팅 프로젝트가 3개나 겹치면서 체중이 82kg까지 불었거든요. 그래서 “살 좀 빼야지” 하면서 헬스장 등록을 했는데, 3개월 만에 흐지부지됐습니다. 왜였을까요? 저 역시 “언제까지 몇 kg”이라는 구체적 목표 없이, “건강을 위해”라는 모호한 명분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착각하는 게 있습니다. 의지력이 부족해서 자기관리에 실패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제가 30년간 지켜본 바로는 그렇지 않더라고요.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입니다. 손예진은 의지력이 남다른 게 아니라, 자기관리를 하나의 프로젝트처럼 설계한 겁니다. 시상식 날짜라는 데드라인, 드레스핏이라는 측정 가능한 지표, 운동과 식단이라는 실행 방법. 이 세 가지가 맞물려 돌아갔기에 결과가 나온 거죠.
제가 실제로 몸을 바꾼 방법, 그리고 손예진에게서 본 동일한 패턴
첫 번째, 날짜를 정한다
2007년 겨울, 저는 다시 자기관리에 도전했습니다. 이번에는 달랐어요. 그해 4월 15일, 후배 결혼식에서 축사를 해야 했거든요. 200명 앞에서 서야 하는 자리였습니다. 저는 그날을 데드라인으로 잡았습니다. 결혼식장에서 양복이 편하게 맞아야 한다. 구체적으로 허리둘레 34인치, 체중 73kg. 숫자로 목표를 잡았더니 모든 게 달라지더군요.
두 번째, 운동을 ‘약속’으로 만든다
손예진이 필라테스와 웨이트를 병행했다는 건 업계에서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런데 핵심은 운동 종류가 아니에요. 운동을 ‘하고 싶으면 하는 것’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약속’으로 바꾸는 것이 핵심입니다. 저는 그때 트레이너와 주 4회 오전 6시 30분 약속을 잡았습니다. 취소하면 위약금이 발생하는 구조로요. 2개월 만에 체중 5kg이 빠졌고, 허리둘레는 36인치에서 34인치가 됐습니다.
세 번째, 식단은 ‘제한’이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많은 분들이 식단 관리를 “먹지 말아야 할 것”의 리스트로 생각하시더라고요. 탄수화물 줄이고, 야식 끊고, 술 줄이고. 그런데 이 방식은 오래 못 갑니다. 제가 실제로 효과를 본 방식은 반대였어요. “오늘 반드시 먹을 것”을 정하는 겁니다. 아침에 단백질 30g 이상, 점심에 채소 두 주먹, 저녁에 탄수화물은 반 공기. 이렇게 “해야 할 것”을 정하면 “하지 말아야 할 것”은 자연스럽게 줄어들더군요.
손예진 역시 인터뷰에서 밝힌 적 있습니다. 촬영 전에는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 위주로 먹는다고요. 그런데 그녀의 표현을 보세요. “식단을 한다”가 아니라 “내 몸이 수고했다”입니다. 식단을 고통이 아니라 자신의 몸에 대한 투자로 인식하고 있다는 뜻이죠. 이 마인드셋의 차이가 3일을 버티느냐, 3개월을 버티느냐를 가릅니다.
30년간 지켜본, 자기관리에 성공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저는 30년간 중소기업 CEO부터 대기업 임원, 정치인, 연예인 매니저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왔습니다. 그중에서 자기 몸 관리에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세 가지 공통된 패턴이 있었어요.
- 첫째, 외부에 선언한다. 혼자만 아는 다짐은 쉽게 무너집니다. 손예진은 SNS에 드레스 사진을 올리면서 전 국민에게 자신의 노력을 공개했죠. 이게 의도적이든 아니든, 외부 선언은 강력한 동기 부여가 됩니다.
- 둘째, 과정을 즐기는 서사를 만든다. “내 몸아 수고했다”라는 표현을 보세요. 그녀는 자기 몸과 대화하고 있습니다. 몸을 적으로 보지 않고, 함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동료로 보는 거죠.
- 셋째, 결과를 시각화한다. 막연히 “건강해지자”가 아니라 특정 드레스, 특정 양복, 특정 장면을 머릿속에 그립니다. 저도 결혼식 축사 순간을 매일 상상했거든요. 200명 앞에서 양복이 당기지 않고 편하게 서 있는 제 모습을요.
업종별로 보면 재미있는 차이도 있습니다. 제조업 사장님들은 의외로 자기관리에 강하세요. 공장 돌아가는 것처럼 일정을 짜서 운동하시거든요. 반면 서비스업, 특히 식당 운영하시는 분들은 힘들어하시더라고요. 아침마다 시장 가고, 저녁까지 가게 지키다 보니 시간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에요. 그분들에게는 “15분 루틴”을 권해드렸습니다. 가게 열기 전 15분, 점심 쉬는 시간 15분. 짧아도 매일 하는 게 핵심이라고요.
대표 유형별로도 차이가 납니다. 완벽주의자 성향의 대표님들은 오히려 자기관리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차피 완벽하게 못 할 거면 안 한다”는 식이거든요. 반면 실용주의 성향의 분들은 “70점짜리 실천”을 매일 하시더라고요. 손예진도 인터뷰에서 말한 적 있습니다. 촬영 없는 기간에는 적당히 먹고, 적당히 운동한다고요. 완벽하지 않아도 지속하는 것. 그게 비결이더군요.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저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의 얼굴이 보이는 듯합니다. 아마 핸드폰 화면을 내리면서 “나도 좀 관리해야 하는데…”라고 생각하고 계실 거예요. 그 생각, 저도 수없이 해봤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만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더라고요.
손예진에게 백상예술대상이 있었다면, 당신에게는 무엇이 있습니까? 다음 달 동창 모임? 여름휴가 해변? 아니면 연말 송년회? 날짜를 하나 정하세요. 그리고 그날 입고 싶은 옷을 구체적으로 떠올려 보세요. 그 옷이 당신의 드레스가 될 겁니다.
43세 손예진이 레드카펫에서 빛났던 건 타고난 미모 때문이 아닙니다. 그녀는 목표를 정하고, 과정을 설계하고, 자신의 몸에 감사하며 버텼습니다. 이건 재능의 영역이 아니에요. 선택의 영역입니다. 당신도 할 수 있습니다.
오늘 밤, 캘린더를 열어서 날짜 하나를 찍으세요. 그게 첫 번째 단계입니다. 그 날짜 위에 당신의 목표를 적으세요. “이 옷을 입는다”, “이 자리에서 당당하게 선다”, “거울 앞에서 웃는다”. 구체적일수록 좋습니다. 손예진이 드레스를 상상했던 것처럼요.
당신의 몸도 수고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대체 언제 시작하실 겁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