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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임원이 소상공인에게 배운 단 하나의 경영 원칙
2019년 여름, 서울 마포구 망원동 골목 안쪽. 허름한 순댓국 집 앞에 검은색 제네시스가 한 대 서 있었습니다. 저는 그 차에서 내리는 사람을 보는 순간, 뭔가 이상하다 싶었거든요. 말끔한 양복 차림의 남자가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누가 봐도 그 골목하고는 안 어울리는 사람이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국내 굴지의 유통 대기업 전략기획 부문 전무였어요.
그 양반이 거기서 뭘 하고 있었겠어요. 밥을 먹으러 온 게 아니었습니다. 그 집 할머니 사장님께 뭔가를 배우러 온 거였더라고요. 그것도 세 번째 방문이라고 했습니다.
1막. 전무님, 왜 순댓국 집 앞에 줄을 서 계십니까
저는 그 무렵 해당 유통사의 신규 사업 구조 개편 프로젝트를 맡고 있었습니다. 그 전무님이 제 고객사 쪽 카운터파트였으니까, 식사나 한 번 같이 하자고 연락을 드렸더니 본인이 이리로 오라고 하더군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는 속으로 ‘왜 여기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30분쯤 기다려서 들어갔습니다. 할머니 사장님은 70대 초반, 주름이 깊게 팬 손으로 국자를 쥐고 계셨고, 홀에는 직원이 딱 한 명이었어요. 좌석은 20석도 안 됐습니다. 메뉴는 달랑 세 가지. 순댓국, 수육, 모둠. 끝이에요.
그런데 줄은 왜 그리 길어요? 제가 대기하는 동안만 열다섯 팀이 넘게 들어왔다 나갔습니다. 회전이 무섭도록 빨랐거든요. 저는 국물 한 숟갈 뜨면서 전무님한테 물었습니다. “이 집 뭔가 특별한 게 있습니까?” 그랬더니 그 양반이 젓가락을 내려놓으면서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이 할머니한테서 저희 회사 전략팀이 3년 동안 못 풀었던 문제의 답을 찾았습니다.”
2막. 나는 30년 동안 ‘선택지’를 팔아온 컨설턴트였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는 한동안 “메뉴가 많아야 고객이 온다”는 논리를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선택지가 많으면 만족도가 높아진다고요. 그게 상식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실제로 2000년대 초반에 제가 컨설팅했던 경기도 안산의 한 패밀리 레스토랑 사장님한테도 그렇게 조언했습니다. “메뉴를 20가지에서 40가지로 늘리세요.”
그 집, 6개월 만에 망했습니다. 제가 말한 대로 했다가 망한 거예요. 제가 지금도 그 사장님 얼굴이 눈에 선합니다. 50대 초반 남자분이었는데,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그냥 말없이 제 앞에 앉아서 물만 마셨거든요. 따지지도 않았어요. 그냥 지쳐 있었던 겁니다.
저는 그때 뭔가 잘못됐다고는 느꼈지만, 정확히 뭐가 틀렸는지 몰랐어요. “메뉴가 늘었는데 왜 안 됐지? 식재료 관리를 못 해서? 서비스가 부족해서?” 그렇게 엉뚱한 곳만 들여다보고 있었던 겁니다. 저도 그때는 젊었으니까요.
그 이후로도 비슷한 실패를 몇 번 더 봤습니다. 수원에서 의류 편집숍을 하던 30대 부부, 인천에서 인테리어 소품 가게를 하던 40대 사장님. 모두 제 조언 반, 본인 의지 반으로 ‘다양화’ 전략을 택했고, 하나같이 2년을 못 버텼어요. 그때마다 저는 “실행이 문제였다”고 변명했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솔직하게 해야 앞으로 할 말이 무게가 있으니까요.
망원동 할머니가 알고 있던 것
전무님이 그날 제게 설명해 주신 게 있었습니다. 그 유통 대기업이 3년 동안 씨름했던 문제가 뭐였냐면, 바로 SKU 과잉이었거든요. SKU라고 하면 어렵게 들리지만, 쉽게 말해서 ‘팔고 있는 상품 종류의 수’입니다. 그 회사가 어느 순간부터 상품 수를 늘리면 매출이 오를 거라는 논리로 카테고리를 계속 확장했는데, 매출은 제자리인데 재고는 쌓이고, 물류비는 치솟고, 직원들 번아웃은 극에 달했던 겁니다.
그 전무님이 어느 날 우연히 점심 먹으러 들른 곳이 망원동 그 순댓국 집이었대요. 메뉴판을 받아 들었는데 세 줄이 전부더라는 거죠. 처음엔 황당했대요. ‘이거 장사 되겠어?’ 근데 테이블이 비질 않는 거예요. 회전이 너무 빠른 거예요. 할머니 손이 그렇게 빠를 수가 없었거든요. 실수도 없었고요.
그래서 두 번째 방문 때 할머니한테 직접 여쭤봤다고 합니다. “사장님, 메뉴 왜 이렇게 적게 하세요?” 할머니 대답이 걸작이었어요.
“내가 잘 만들 수 있는 거 파는 거죠, 뭘. 못 만드는 거 팔면 손님한테 미안하잖어요.”
저는 그 말을 전무님한테 전해 듣는데, 등줄기가 서늘해졌습니다. 그게 전략이라고요. 할머니는 전략을 공부한 게 아닌데, 가장 날카로운 전략 원칙을 몸으로 살고 있었던 겁니다.
3막.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이 왜 현장에서는 실패하는가
여러분,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 들어보셨죠? 누구나 압니다. 경영학 교과서 1장에 나오는 얘기고, 강연장마다 나오는 얘기예요. 근데 왜 대부분의 사업자는 반대로 갑니까? 왜 계속 늘리고, 확장하고, 더하려 합니까?
제가 30년 동안 현장에서 관찰한 답은 딱 하나입니다. ‘줄이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에요. 줄이면 매출이 줄 것 같은 공포, 손님이 떠날 것 같은 불안. 그게 사업자를 자꾸 덧붙이는 방향으로 몰아갑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덧붙일수록 집중력이 분산되고 품질이 떨어지고 고객은 오히려 줄어들더라고요. 이건 제가 이론으로 하는 말이 아닙니다.
2015년에 제가 컨설팅했던 부산 해운대의 한 카페를 예로 들게요. 처음 만났을 때 메뉴가 73가지였습니다. 커피만 20종, 에이드 15종, 스무디 10종, 케이크류 18종, 거기다 브런치까지. 사장님은 “다양한 선택지가 경쟁력”이라고 했거든요. 매출은 월 1,400만 원이었는데 순이익이 80만 원이었어요. 직원 3명 쓰면서요.
저는 그 사장님한테 메뉴를 18개로 줄이라고 했습니다. 처음엔 펄쩍 뛰셨죠. “손님 떠나면 책임지실 거예요?” 저도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제가 책임은 못 집니다. 근데 지금처럼 하면 6개월 안에 닫게 돼 있으니까, 한 번 해보시죠.”
3개월 후, 매출은 1,200만 원으로 줄었습니다. 사장님한테 전화가 왔어요. “봤죠? 줄었잖아요.” 저는 “순이익 보세요”라고 했습니다. 순이익이 310만 원이 됐더라고요. 재고 로스가 없어지고, 직원 실수가 줄고, 준비 시간이 단축되면서 회전율이 올라간 겁니다. 6개월 후에는 매출도 다시 올라서 1,600만 원을 찍었고, 순이익은 430만 원이 됐습니다.
그 전무님 회사는 어떻게 됐냐고요?
망원동 할머니한테서 영감을 받은 그 전무님은 회사로 돌아가서 SKU 40% 감축 프로젝트를 밀어붙였습니다. 내부 반발이 엄청났대요. 브랜드팀, 영업팀, 바이어들 전부 반발했다고 하더라고요. “이걸 없애면 특정 고객층 이탈합니다”라는 보고서가 수십 개가 올라왔다고 했습니다.
그 전무님이 흔들리지 않은 이유를 저한테 이렇게 얘기했어요. “망원동 할머니 생각했습니다. 그 분은 손님 떠날까봐 두렵지 않았겠어요? 근데 못 만드는 거는 안 팔겠다는 원칙을 지킨 거잖아요.” 결국 프로젝트는 실행됐고, 2년 후 해당 부문 영업이익률이 4.2%에서 9.7%로 올랐습니다. 같은 매출에서 남는 돈이 두 배가 넘게 된 거예요.
지금 당장 해야 할 단 하나의 질문
제가 오늘 여러분한테 드리고 싶은 건 복잡한 프레임워크가 아닙니다. MBA 교과서 내용도 아니에요. 망원동 할머니가 말씀하신 그 한 문장이면 됩니다.
“내가 잘 만들 수 있는 거 팔아라.”
이게 전략입니다. 이게 포지셔닝입니다. 이게 브랜딩입니다. 어떤 교수님도 이보다 더 정확하게 말씀하신 분을 저는 30년 동안 못 봤습니다. 지금 여러분 사업에 대입해 보세요.
- 지금 팔고 있는 것 중에, 솔직히 자신 없는 게 몇 가지입니까?
- 경쟁사가 한다고 따라 만든 메뉴, 서비스, 상품이 몇 가지입니까?
- 없애면 매출이 줄까봐 무서워서 못 버리고 있는 게 뭡니까?
저는 수백 개의 기업을 봤습니다. 규모가 작든 크든, 살아남는 곳들은 공통점이 있었어요. 잘하는 것에 미칠 듯이 집중하고, 나머지는 과감하게 버렸다는 겁니다. 버리는 게 전략이에요. 덧붙이는 게 전략이 아니라.
그 전무님 회사의 수천억 짜리 전략 문제를 푼 건, 컨설팅 비용 수십억을 받은 어느 유명 컨설팅 펌이 아니었습니다. 망원동 골목 안쪽, 20석짜리 순댓국 집, 70대 할머니 사장님이었거든요. 국자 하나로 30년을 버텨온 분이.
지금 여러분 사업에서, 용기 있게 버릴 수 있는 것 딱 하나만 찾아보십시오. 그게 오늘 이 글을 읽은 값입니다. 못 만드는 거 팔면 손님한테 미안하다는 그 말, 당신 사업에 대입하면 어떤 문장이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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