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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주를 줄수록 회사가 무너지는 아이러니, 당신도 지금 그 함정 안에 있습니다
2021년 여름, 인천 남동공단 근처 허름한 사무실. 창업 7년 차 제조업 대표 한 분이 저를 만나자마자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저는 외주를 늘릴수록 왜 이렇게 마음이 불안한지 모르겠어요.”
책상 위에는 외주 업체 계약서가 열두 장 넘게 쌓여 있었습니다. 디자인 외주, 마케팅 외주, 물류 외주, CS 외주, 심지어 회의록 정리까지 외주였죠.
매출은 연 80억. 근데 순이익이 왜 3억도 안 나오냐고 저한테 물어보는 겁니다.
저는 그 계약서들을 하나하나 훑어봤어요. 그러다 딱 한마디가 떠올랐습니다.
“사장님, 이 회사에서 사장님 말고 이 사업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됩니까?”
그분이 한참 침묵하다가 대답했습니다. “저… 저 혼자요.”
외주는 ‘비용 절감’이 아니라 ‘지식 유출’입니다
저도 초반에는 몰랐어요. 컨설팅 현장에서 20년 넘도록 “외주 줘서 고정비 줄이세요”라고 했던 사람이 납니다.
근데 어느 순간부터 이상한 패턴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외주를 적극적으로 늘린 기업들이 3~5년 후에 하나같이 비슷한 증상을 호소하는 거예요.
“우리 직원들이 아무것도 모릅니다”, “외주 업체가 갑이 됐어요”, “계약 갱신 때마다 단가가 올라요.” 이게 전부 연결된 문제였습니다.
외주를 줄 때, 우리는 단순히 ‘일’을 주는 게 아닙니다.
그 일을 하면서 쌓이는 노하우, 고객 데이터, 업무 맥락, 실패 경험—이 모든 걸 같이 넘기는 겁니다.
처음엔 그게 별거 아닌 것처럼 보이죠. 근데 3년이 지나면? 그 외주 업체가 여러분 사업을 여러분보다 더 잘 압니다.
경기도 안양에서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던 대표님이 그랬습니다.
마케팅 대행사에 5년 동안 광고를 맡겼는데, 그 대행사가 갑자기 “단가 40% 올려주지 않으면 계약 해지하겠다”고 통보한 거예요.
그 대표님 내부엔 광고 세팅할 수 있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습니다. 결국 올려줬죠. 선택지가 없었으니까요.
제가 직접 틀렸던 이야기를 해드리겠습니다
2015년쯤이었을 겁니다. 충북 청주의 식품 제조업체 컨설팅을 맡았는데, 저는 그때 자신 있게 이렇게 권했어요.
“물류는 전문 업체에 맡기시고, 포장 디자인도 외부에 주세요. 그 인력으로 생산에 집중하면 됩니다.”
대표님은 제 말을 철석같이 믿고 실행했습니다.
2년 후 그 회사를 다시 갔을 때,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습니다.
물류 업체가 납품 지연을 밥 먹듯 했고, 디자인 외주는 시안 하나 받는 데 2주가 걸렸습니다.
가장 심각한 건, 내부 직원들이 “그건 우리 일이 아니에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기 시작한 거였습니다. 경계가 생기니까 책임도 사라진 거죠.
저는 그때 정말 부끄러웠습니다. 컨설팅 비용 받고 이 회사를 더 망가뜨린 꼴이었으니까요.
그날 이후 저는 외주 전략을 짤 때 반드시 한 가지 질문을 먼저 합니다.
“이 업무를 외주 주면, 그 지식이 우리 회사 안에 남습니까, 아니면 나갑니까?”
외주의 ‘단계별 독성’—처음엔 달고 나중엔 씁니다
외주가 기업을 무너뜨리는 방식은 한 방에 오지 않습니다. 아주 서서히, 중독처럼 옵니다.
제가 현장에서 수백 군데 보면서 정리한 흐름이 있어요.
- 1단계 – 편리함: 외주 주니까 진짜 편합니다. 채용 안 해도 되고, 교육 안 해도 되고, 퇴직금 걱정 없죠. 여기까지는 맞아요.
- 2단계 – 의존: 그 편리함에 익숙해지면서 내부에서 그 기능을 다루는 사람이 사라집니다. 처음엔 몰라요. 다 잘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니까.
- 3단계 – 역전: 외주 업체가 협상력을 갖기 시작합니다. 단가를 올리거나, 납기를 늘리거나, 품질을 슬쩍 낮춥니다. 을이었던 게 갑이 된 거죠.
- 4단계 – 붕괴: 그 외주 업체가 이탈하거나 문을 닫는 순간, 해당 기능이 회사에서 완전히 마비됩니다. 이걸 복구하는 데 보통 6개월에서 1년이 걸려요. 그 사이 매출은 나락 가죠.
서울 강남에서 IT 솔루션 팔던 회사가 딱 이 코스를 밟았습니다.
개발을 전부 베트남 외주에 맡겼는데, 그 팀이 갑자기 해체되면서 소스코드 접근 권한까지 분쟁이 생겼습니다.
그 회사 대표님이 저한테 전화했을 때, 목소리가 이미 반쯤 포기 상태였어요. “선생님, 저 이제 어떡하죠.” 그 말이 아직도 귀에 맴돌아요.
‘핵심’과 ‘주변’을 구분 못 하면 다 날아갑니다
제가 외주를 무조건 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그렇게 단순한 얘기가 아니에요.
문제는 뭘 외주 주고 뭘 안에 품어야 하는지 그 기준이 없다는 겁니다.
많은 사장님들이 이걸 ‘비용 크기’로 판단해요. 비싸면 외주 주자. 이게 가장 위험한 기준입니다.
제가 현장에서 쓰는 기준은 딱 두 가지입니다.
첫째, 고객이 이 기능 때문에 우리를 선택하는가?
둘째, 이 기능이 우리 사업의 다음 버전을 만드는 데 쓰이는가?
이 둘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절대로 외주 주면 안 됩니다.
커피 브랜드가 커피 레시피 개발을 외주 주고, 반도체 회사가 핵심 공정 설계를 외주 주면 어떻게 되겠어요?
그게 말이 되냐고 생각하시죠? 근데 저는 그에 준하는 실수를 중소기업에서 매년 수십 건씩 목격합니다.
이름만 다를 뿐, 본질은 똑같은 실수입니다.
30년 현장에서 건져 올린 세 가지 원칙
현장에서 살아남은 회사들은 외주를 아예 안 한 게 아닙니다. 외주를 ‘제대로’ 썼습니다.
제가 직접 컨설팅하면서 효과를 봤던 원칙 세 가지를 말씀드릴게요.
① 외주 주기 전에, 먼저 내부에서 한 번은 해봐야 합니다
최소 한 번은 직접 해봐야 합니다. 서툴어도 됩니다. 느려도 됩니다.
그래야 외주 업체한테 뭘 요구해야 하는지 알고, 결과물이 엉터리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습니다.
한 번도 안 해본 일을 외주 줘버리면, 그 순간부터 여러분은 그 업체 앞에서 벌거숭이가 됩니다.
② 외주 업체의 노하우가 내 회사 안으로 들어오는 구조를 만드세요
계약서 쓸 때 이걸 반드시 집어넣어야 합니다. 작업 과정 공유, 결과 보고 방식, 데이터 소유권.
외주 줬더라도 그 과정에서 배운 것들이 내 조직에 축적되는 구조가 필요합니다.
부산의 한 유통 회사는 이 방식으로 3년 만에 외주에서 내재화로 전환했습니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지금은 그게 회사의 가장 강력한 경쟁력이 됐습니다.
③ 외주 의존도를 매년 측정하고, 목표를 거꾸로 세우세요
“올해 외주 비율 몇 퍼센트?”라는 질문을 매년 연초에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핵심 기능에 대한 외주 의존도를 해마다 줄이는 목표를 세우세요. 매출 목표 세우듯 구체적으로요.
이걸 안 하면, 외주는 매년 조금씩 더 늘어납니다. 아무도 줄이자고 싸우려 들지 않으니까요.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
외주는 도구입니다. 망치처럼요. 망치로 나사를 조이려 하면 망가집니다.
문제는 망치가 아니에요. 상황을 제대로 읽지 못한 사람의 판단이 문제입니다.
그리고 그 판단은 결국 사장이 내려야 합니다. 컨설턴트도, 직원도 대신 책임 못 집니다.
인천에서 만났던 그 대표님, 지금은 외주 계약서 열두 장 중 여덟 장을 없앴습니다.
처음 6개월은 죽을 것 같다고 했어요. 근데 지금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제 직원들이 뭔가를 알아요. 그게 이렇게 든든한 줄 몰랐습니다.”
지금 여러분 회사에서, 여러분 없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영역이 몇 개나 됩니까?
그 숫자가 바로, 지금 여러분 회사가 얼마나 위험한 상태인지를 알려주는 숫자입니다.
오늘 당장, 그 목록을 종이에 써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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