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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 교육에 돈 쓰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한 가지
2019년 가을이었습니다. 인천 남동공단의 한 제조업체 대표가 제 사무실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어요. 얼굴이 하얗게 질려 있었습니다. 손에는 A4 용지 한 장을 구겨 쥐고 있었는데, 그게 뭔지 보니까 교육 기관 견적서였거든요. 직원 20명 대상 리더십 교육, 6개월 과정, 총 비용 3,800만 원.
대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우리 직원들이 왜 이렇게 일을 못 하는지 모르겠어요. 교육을 시켜야겠는데, 이게 맞는 거 맞죠?” 저는 그 견적서를 한참 바라보다가 딱 하나만 물었습니다. “대표님, 지금 직원들이 일을 못 하는 게, 몰라서입니까? 아니면 하기 싫어서입니까?”
그 대표, 그 자리에서 말문이 막혔습니다. 3초, 5초, 10초.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이렇게 중얼거렸어요. “그걸… 생각해본 적이 없었네요.”
교육비를 날리는 회사들의 공통점
30년 동안 저는 정말 많은 회사를 봤습니다. 살아나는 회사도 봤고, 아무리 도와줘도 망하는 회사도 봤어요. 그리고 그중에서 특히 마음이 아팠던 경우가 있었는데, 바로 ‘열심히 교육시키다가 망한 회사’들이었습니다.
이거, 생각보다 훨씬 많아요. 저는 이런 케이스를 제 컨설팅 이력 안에서만 40개 이상 봤습니다. 억 단위 교육비를 쓰고도 현장이 하나도 안 바뀐 회사들. 대표는 “우리 직원들은 교육을 해도 안 돼”라고 결론 내리고, 직원들은 “또 저 쓸데없는 교육”이라고 눈을 굴리는 곳들.
왜 그럴까요? 제가 수십 개 케이스를 분석하면서 발견한 공통점이 딱 하나 있습니다. 이 회사들은 교육을 시작하기 전에 가장 근본적인 질문을 하지 않았어요.
“이 문제가 교육으로 해결되는 문제인가?”
내가 직접 당한 오판 이야기
부끄럽지만 솔직하게 말씀드릴게요. 저도 초반에 이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컨설팅 경력 5년 차쯤 됐을 때, 경기도 의정부에 있는 물류 회사를 맡았어요. 직원 35명짜리 회사였는데, 대표 불만이 한 가지였습니다. “우리 팀장들이 커뮤니케이션을 못 해요. 지시 사항이 밑에까지 제대로 전달이 안 돼요.”
저는 그 말을 듣고 바로 팀장급 커뮤니케이션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했습니다. 당시로서는 꽤 잘 만든 거였어요. 3개월 과정, 격주 세션, 현장 실습까지 포함해서. 근데 3개월 후에 어떻게 됐을까요? 대표한테 전화가 왔는데, 목소리가 완전히 가라앉아 있었습니다.
“선생님… 하나도 안 바뀌었어요. 오히려 팀장들이 더 반발하는 것 같은데요?”
저는 그길로 현장에 직접 내려갔습니다. 이틀 동안 직원들 옆에 붙어서 같이 일하면서 관찰했어요. 그리고 나서야 진짜 문제가 보였습니다. 팀장들이 커뮤니케이션을 못 하는 게 아니었어요. 팀장들은 말을 할 수가 없는 구조였던 겁니다.
대표가 수시로 팀장을 건너뛰고 직접 직원들한테 지시를 내리고 있었거든요. 팀장이 아랫사람한테 “A를 해”라고 하면, 대표가 바로 와서 “B를 해”라고 바꿔버리는 거예요. 이게 몇 년째 반복됐던 겁니다. 직원들은 팀장 말을 믿지 않는 게 아니었어요. 팀장 말을 따라봐야 어차피 대표가 바꾼다는 걸 학습한 거였죠.
이 상황에서 팀장들한테 커뮤니케이션 교육을 시킨다? 그건 불이 나는 집에서 인테리어 공사를 하는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몰라서’ vs ‘하기 싫어서’ — 이 두 가지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제가 맨 앞에서 인천 대표한테 던진 질문, 기억하시죠? 다시 꺼내겠습니다. 직원 문제의 원인은 딱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 몰라서 — 지식이나 스킬이 없는 경우. 이건 교육으로 해결됩니다.
- 하기 싫어서 — 의욕이 없거나, 구조가 잘못됐거나, 관계가 틀어진 경우. 이건 교육으로 절대 해결 안 됩니다.
‘하기 싫어서’의 원인은 또 여러 가지가 있어요. 급여 불만, 승진 구조에 대한 불신, 상사와의 갈등, 회사 비전에 대한 냉소, 내 노력이 인정받지 못한다는 경험의 축적… 이런 문제들이 쌓여서 생긴 무기력함에다 리더십 교육을 쏟아부으면 어떻게 될까요?
직원들 눈빛이 더 싸늘해집니다. “또 우리한테 문제 있다는 거냐”는 거거든요. 그리고 교육 이후에 현장이 하나도 안 바뀌면, 대표는 더 지치고 직원들은 더 냉소적이 됩니다. 이 악순환, 정말 제가 수십 번 봤습니다.
교육 전에 반드시 해야 하는 ‘단 하나의 질문’
그래서 제가 30년 현장 경험 끝에 정착한 원칙이 있습니다. 교육 프로그램을 설계하거나 외부 교육을 도입하기 전에, 반드시 이 질문을 먼저 해야 합니다.
“이 직원이, 이 일을, 지금 당장 완벽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내가 만들어줬는가?”
좀 더 풀어서 말씀드릴게요. 세 가지를 점검해야 합니다.
① 이 직원은 뭘 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는가?
직무기술서, KPI, 역할 정의… 이게 없는 회사가 생각보다 엄청 많습니다. “알아서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 이렇게 말하는 대표들, 저 정말 많이 봤어요. 근데 사람은 목표가 불분명하면 본능적으로 안전한 쪽, 즉 최소한으로 움직입니다. 이건 게으름이 아니라 생존 본능입니다.
이 상태에서 교육을 시키면, 직원은 교육장에서 배운 걸 현장에 적용하려 해도 “그래서 내가 뭘 바꿔야 하지?”를 모릅니다. 교육이 공중에서 사라지는 겁니다.
② 이 직원은 잘했을 때 인정받는다는 걸 경험한 적이 있는가?
2022년에 컨설팅한 서울 마포의 IT 스타트업 얘기를 해드릴게요. 개발팀 직원들이 야근을 해도 결과물이 개선이 안 된다고 대표가 하소연했습니다. 제가 가서 개발자들이랑 한 시간씩 얘기를 나눠봤더니, 공통적으로 이런 말이 나오더라고요. “열심히 해봤자 어차피 대표님이 전부 다 바꿔요.”
이 팀은 잘한 것에 대한 피드백 경험이 거의 없었어요. 칭찬은 없고 지적만 있고, 노력해서 만든 결과물은 “이건 아닌 것 같은데”로 끝나는 일이 반복된 거죠. 이런 환경에서 어떤 교육을 받아도 직원들은 변하지 않습니다. 왜 변해야 하는지의 이유를 못 찾으니까요.
③ 이 직원이 변화를 시도했을 때, 조직이 그걸 받아들이는가?
이게 제일 잔인한 경우입니다. 교육받고 돌아온 직원이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려 했는데, 주변에서 “왜 혼자 튀어?”라고 하거나, 상사가 “기존대로 해”라고 눌러버리는 경우. 이런 조직에서 교육은 오히려 그 직원을 지치게 만드는 도구가 됩니다.
저는 이걸 ‘교육 후 소멸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교육에서 배운 게 현장 진입 72시간 안에 소멸되는 거거든요. 이걸 막으려면 교육 전에 조직 구조와 문화를 먼저 손봐야 합니다. 교육이 마지막이 아니라, 교육이 살아남을 수 있는 토양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진짜로 해야 할 것
교육비를 쓰기 전에 딱 이 세 가지만 먼저 하세요. 거창한 거 아닙니다.
- 각 직원의 역할과 기대 결과물을 종이 한 장에 적어서 직접 전달하고 확인하세요. “알아서 하겠지”는 없어야 합니다.
- 지난 한 달 동안 직원을 칭찬하거나 인정한 적이 몇 번인지 세어보세요. 다섯 번도 안 된다면, 교육보다 그게 먼저입니다.
- 교육 후에 직원이 새 방식을 써볼 수 있는 구체적인 기회를 미리 만들어두세요. 교육 후 2주 안에 적용 기회가 없으면, 그 교육은 없었던 겁니다.
인천 그 대표, 그날 저한테 물어봤잖아요. 교육 시켜도 되냐고.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지금 당장은 교육 말고, 딱 한 달만 직원들한테 제대로 된 역할을 줘보시고, 잘한 거 하나씩 찾아서 말해주세요. 그다음에 교육 얘기 합시다.”
한 달 후에 연락이 왔습니다. “선생님, 신기하게 조금 달라진 것 같아요.” 교육 한 푼도 안 쓰고요.
교육은 훌륭한 도구입니다. 근데 도구는 쓸 준비가 됐을 때 써야 합니다. 망치가 아무리 좋아도, 못이 없는 벽에는 그냥 벽만 상하는 거예요.
지금 당신 회사의 직원 문제, 진짜 ‘몰라서’입니까?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먼저입니까? 교육비 결제 버튼 누르기 전에, 딱 5분만 그 질문 앞에 솔직하게 앉아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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