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년 만에 후배를 만났다.
LG전자 다닐 때부터 허울 없이 지내던 사이다.
퇴직 직후엔 자주 봤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점점 뜸해졌다.
이젠 반년에 한 번 볼 수 있으면 다행인 사이가 됐다.
그래도 만나면 과거 이야기로 안주 삼아 밤새 마실 수 있는 친구다.
그날도 그랬다.
소주잔 돌리면서 LG 시절 이야기 한참 하다가, 불연듯 말이 나왔다.
“나 요즘 바이브 코딩 배워서 AI 자동화로 창업했네.”
순간 후배 얼굴이 묘하게 굳었다.
경외감인지 당혹감인지, 뭔가 복잡한 표정이 섞이면서 술을 급하게 들이켰다.
“뭘 하신다고요? 아니… 바이브 코딩을 언제 배우셨어요, 김사장님?
전략 하시던 분이… 코딩을 원래 해보신 적 있으세요?”
솔직히 그 표정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놀라움 반, 걱정 반.
“김사장님이 드디어 이상해진 건가” 싶은 그 눈빛.
틀린 말이 아니다.
나도 처음엔 코딩이 뭔지 몰랐다.
30년을 전략기획과 마케팅만 했다.
PPT와 Excel이 내 세계의 전부였다.
터미널 창 열면 까만 화면에 글자만 나오는데, 그게 뭘 하는 건지도 몰랐다.
그런데 AI한테 물어봤다.
“나 코딩 모르는데, 유튜브 영상 자동으로 만들어서 올리는 거 만들 수 있어?”
된다고 했다.
진짜 됐다.
지금은 서버 위에서 매일 자동으로 영상이 만들어지고, 유튜브에 올라가고, 블로그 글이 발행된다.
내가 자는 동안에.
내가 술 마시는 동안에도.
물론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서버가 멈춰서 밤새 로그 들여다본 날도 있다.
생각대로 안 되는 날이 더 많다.
그래도 멈추지 않았다.
후배가 그날 마지막에 이렇게 말했다.
“김사장님 진짜… 대단하다. 근데 왜 하세요?”
왜 하냐고.
60대에 남이 만들어놓은 시스템 안에서 월급 받는 삶은 이미 30년 했다.
이제는 내가 만든 시스템이 나 대신 일하게 하고 싶다.
자는 동안에도, 술 마시는 동안에도.
그게 내가 바이브 코딩을 배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