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그날 아침, 식당 사장님의 한숨
2025년 5월 28일 수요일, 서울 성동구 성수동의 한 쌀국수 전문점이었습니다. 아침 10시 반, 점심 장사 준비를 하던 사장님이 핸드폰을 들여다보다가 갑자기 손을 멈추더군요. 저는 마침 그 골목에서 오래 알고 지내던 분식집 사장님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는데, 쌀국수집 앞을 지나다 그 표정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선생님, 이거 저도 받을 수 있는 거예요? 뉴스에서 국민 70%한테 준다던데, 건보료가 얼마 이하여야 된다고 하는데… 제가 직장가입자도 아니고 지역가입자거든요. 계산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그 사장님은 올해 마흔일곱, 혼자서 가게를 운영하는 1인 가구였습니다. 월 매출이 대략 1,800만 원 정도 되는데, 재료비와 임대료를 빼면 손에 쥐는 돈은 400만 원이 채 안 된다고 하셨어요. 기름값이 오르면서 배달 대행비도 올랐고, 식용유 가격은 작년 대비 18%나 뛰었다더군요. 그런 상황에서 “고유가 지원금”이라는 말을 들으니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드셨던 겁니다.
저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그 자리에서 핸드폰을 꺼내 함께 확인해봤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이 지원금,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분들이 대상인데, 정작 자기가 해당되는지 모르고 계시더라고요.
2부: 왜 다들 “나는 아닐 거야”라고 생각할까
건보료 기준이라는 말이 주는 착각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처음에 이 뉴스를 봤을 때 “소득 하위 70%면 꽤 넓은 범위네”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주변 자영업자 분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대부분이 “내 건보료가 얼마인지도 정확히 모른다”고 하시더라고요. 더 놀라운 건, 자기 건보료를 알아도 “이 정도면 하위 70%는 아니겠지”라고 스스로 판단해버리는 분들이 많았다는 겁니다.
제가 30년간 기업 현장을 다니면서 늘 보던 패턴이 여기서도 똑같이 나타났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상황을 실제보다 나쁘게 보거나, 반대로 실제보다 좋게 봅니다. 지원금 같은 경우엔 후자가 많아요. “나 정도 버는 사람이 지원 대상이겠어?”라는 생각 말입니다.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기준이 다르다
이번 2차 고유가 지원금의 핵심은 2025년 3월 건강보험료 본인부담금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많은 분들이 놓치는 게 있어요.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의 기준 금액이 다릅니다.
1인 가구 직장가입자의 경우, 3월 건보료 본인부담금이 13만 원 이하면 대상입니다. 연봉으로 환산하면 약 4,340만 원 수준이에요. 4인 가구라면 32만 원 이하가 기준이고요. 지역가입자는 계산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소득이라도 건보료가 더 높게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 건보료가 15만 원인데 안 되겠네”라고 섣불리 판단하시면 안 됩니다.
제가 컨설팅 초창기에 했던 실수가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정부에서 중소기업 긴급 지원 대출을 내놨는데, 저는 제가 맡고 있던 업체들 중 절반 정도만 해당될 거라고 봤어요. 그런데 실제로 서류를 꼼꼼히 따져보니 80%가 대상이었습니다. 기준을 잘못 이해한 탓이었죠. 그 이후로 저는 정부 지원 관련해서는 무조건 직접 확인해보라고 말씀드립니다. 추측으로 포기하는 건 손해거든요.
3부: 성수동 사장님과 함께 확인한 과정
1단계: 내 건보료 확인하기
그날 쌀국수집 사장님과 제가 제일 먼저 한 일은 건강보험료 고지서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사장님은 지역가입자였기 때문에 매달 따로 고지서가 왔는데, 대부분 자동이체로 처리하다 보니 정확한 금액을 모르고 계셨어요.
국민건강보험공단 앱(The건강보험)을 깔고 본인 인증을 하니, 3월 납부 내역이 바로 떴습니다. 사장님의 3월 건보료 본인부담금은 11만 4,200원이었어요. 1인 가구 지역가입자 기준으로 충분히 대상 범위 안이었습니다.
2단계: 가구원 수 확인
지원금 액수는 가구원 수에 따라 달라집니다. 1인 가구는 10만 원, 2인 가구는 15만 원, 3인 가구는 20만 원, 4인 이상 가구는 25만 원입니다. 다만 소득 하위 10%에 해당하는 극저소득층은 별도로 최대 6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사장님은 1인 가구였으니 10만 원 대상이었습니다. 사장님이 “10만 원이면 뭐…”라고 하셔서 제가 바로 말씀드렸죠.
“사장님, 10만 원이면 이 가게 식용유 한 박스에 들깨 두 근 값이에요. 한 달 반찬값이기도 하고요. 안 받으면 그냥 버리는 겁니다.”
3단계: 신청 방법 확인
이번 2차 고유가 지원금은 6월 18일부터 지급이 시작됩니다. 1차 때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대상자에게는 별도 신청 없이 자동 지급될 예정이에요. 국민연금 수령 계좌, 기초생활수급자 계좌, 또는 정부24에 등록된 계좌로 입금됩니다.
다만 계좌 정보가 없는 경우에는 별도 신청이 필요합니다. 정부24 홈페이지나 주민센터 방문으로 처리할 수 있고요. 사장님의 경우 기존에 소상공인 버팀목 자금을 받으셨던 적이 있어서 계좌가 등록되어 있었습니다. 따로 할 일이 없었던 거죠.
그날 저녁, 사장님이 카톡을 보내셨어요. “선생님 덕분에 마음이 놓입니다. 안 받을 뻔했네요.” 저는 답장을 보내면서 생각했습니다. 이런 분들이 전국에 얼마나 많을까.
4부: 30년간 본 패턴 — 왜 지원금은 항상 “남의 일”이 될까
자영업자의 심리적 벽
제가 30년간 수백 개의 기업을 보면서 깨달은 게 있습니다. 자영업자분들은 정부 지원에 대해 본능적인 거부감이 있습니다. “나는 내 힘으로 한다”는 자부심 때문이기도 하고, 과거에 신청했다가 거절당한 경험이 상처로 남아 있는 경우도 많아요.
2019년 인천 부평에서 만난 인쇄소 사장님이 기억납니다. 직원 7명을 두고 계셨는데, 정부 고용유지 지원금 대상이었거든요. 그런데 “내가 그런 거 받으면 직원들이 뭐라고 생각하겠어”라며 신청을 안 하셨어요. 6개월 뒤 결국 직원 3명을 내보내야 했습니다. 그때 지원금을 받으셨으면 최소 2명은 더 버틸 수 있었을 겁니다.
정보 비대칭의 문제
또 하나의 패턴은 정보의 비대칭입니다. 대기업 직원들은 회사 인사팀에서 “이런 지원금 나왔으니 확인해보세요”라고 안내해줍니다. 그런데 자영업자나 소상공인은 스스로 뉴스를 찾아보고, 기준을 해석하고, 직접 신청해야 해요. 바쁜 장사 중에 그걸 챙길 여유가 어디 있습니까.
이번 고유가 지원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 70%”라는 말은 뉴스에 나왔지만, 정작 “3월 건보료 기준으로 직장가입자 1인 가구 13만 원 이하, 4인 가구 32만 원 이하”라는 구체적인 숫자는 깊이 파고들어야 나옵니다. 그리고 그 숫자를 보고도 “내가 해당되나?”를 계산할 줄 아는 분은 많지 않아요.
업종별 온도차
재밌는 건 업종별로 반응이 다르다는 겁니다. 운수업 종사자분들은 “고유가”라는 단어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당연하죠, 기름값이 곧 원가니까요. 그래서 이번 지원금도 택시기사, 화물차 운전사 분들은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계시더라고요.
반면 음식점, 소매업, 서비스업 분들은 “고유가가 나랑 무슨 상관이야”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름값이 오르면 배달비가 오르고, 식자재 운송비가 오르고, 결국 모든 물가가 오릅니다. 고유가의 피해는 모든 업종에 스며들어 있습니다. 정부가 “소득 하위 70%”라는 넓은 기준을 잡은 이유도 거기에 있어요.
5부: 지금 당장 확인하셔야 합니다
강연장에서 마지막으로 말씀드리듯 여쭤보겠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 중에, 자신의 3월 건강보험료가 정확히 얼마인지 아시는 분 계십니까?
모르시면 지금 바로 확인하십시오. 국민건강보험공단 앱 깔면 3분이면 됩니다. 혹시 본인이 대상이 아니더라도, 부모님은요? 형제자매는요? 가게에서 일하는 직원분은요? 3,580만 명이 대상입니다. 우리나라 인구의 70%예요. 내 주변에 한 명쯤은 반드시 해당됩니다.
10만 원이 적다고요? 저는 30년간 기업을 살리면서 “작은 돈”이라는 건 없다고 배웠습니다. 10만 원이 밀린 공과금을 막아주고, 10만 원이 아이 학원비 한 달을 버티게 해주고, 10만 원이 사장님의 한숨을 하나 줄여줍니다.
6월 18일부터 지급이 시작됩니다. 계좌가 등록되어 있지 않은 분들은 미리 정부24에서 확인해두셔야 합니다. 지급 시작 이후에 허겁지겁 신청하면 한 달 넘게 밀릴 수도 있어요.
성수동 쌀국수집 사장님은 그날 이후로 단골이 되셨습니다. 지난주에 가게에 들렀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선생님, 그 10만 원으로 가게 앞 화분 새로 샀어요. 손님들이 예쁘다고 하시더라고요.”
10만 원은 화분이 되고, 15만 원은 가족 외식이 되고, 25만 원은 아이 운동화가 됩니다. 받을 수 있는 돈을 안 받는 것, 그건 손해가 아니라 포기입니다. 당신은 정말,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이 대상인지 아닌지 모른 채로 괜찮으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