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가을, 분당의 한 헬스장 라커룸에서 들은 한탄
2019년 10월의 어느 저녁,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24시간 헬스장 라커룸에서였습니다. 당시 저는 직원 45명 규모의 물류 회사 구조조정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있었는데, 그 회사 대표님과 함께 운동을 하던 중이었거든요. 샤워를 마치고 나오시더니 거울 앞에서 한숨을 푹 쉬시더라고요.
“김 선생, 나 이거 진짜 이상해.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러닝 30분, 퇴근하고 헬스장에서 웨이트 1시간. 이렇게 6개월째 하고 있는데 왜 배가 더 나오는 것 같지? 아내가 그러더라고, 운동한다면서 왜 뱃살은 그대로냐고. 솔직히 창피해서 미치겠어.”
52세, 키 174센티미터에 체중 78킬로그램. 겉보기엔 과체중까지도 아닌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허리둘레가 91센티미터였어요. 팔다리는 얇은데 복부만 유독 볼록한, 전형적인 ‘마른 비만’ 체형이셨던 거죠. 그분 표정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운동을 게을리한 것도 아니고, 술을 매일 마시는 것도 아닌데, 도대체 왜 배만 나오는지 모르겠다는 그 억울한 눈빛 말입니다.
저는 그때 물었습니다. “대표님, 혹시 운동하고 나면 식욕이 폭발하지 않으세요?” 그분이 멈칫하시더군요.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맞아, 운동하고 나면 미친 듯이 배가 고파서 밥을 두 공기씩 먹게 돼.” 바로 그거였습니다. 운동의 문제가 아니라 운동 후 폭발하는 식욕이 진짜 범인이었던 겁니다.
운동만 하면 살 빠진다는 착각, 저도 30대에 똑같이 당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저도 30대 중반에 똑같은 실수를 했었거든요. 1998년, IMF 직후 구조조정 컨설팅이 폭주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풀겠다며 새벽마다 한강변을 뛰었어요. 한 달에 러닝화를 한 켤레씩 갈아치울 정도로 열심히 뛰었습니다. 그런데 3개월 뒤 체중계에 올라가 보니 오히려 4킬로그램이 늘어 있더라고요. 그때 제 나이 서른여섯, 체중 79킬로그램. 인생 최고 체중이었습니다.
문제는 단순했습니다. 아침에 10킬로미터를 뛰고 나면 점심때 삼겹살 2인분을 혼자 먹었거든요. ‘운동했으니까 괜찮아’라는 심리적 면죄부가 작동했던 거죠. 제가 만난 수백 명의 중소기업 대표님들도 비슷했습니다. 골프를 치든, 등산을 하든, 헬스장을 다니든, 운동 후 식욕 조절에 실패하면 뱃살은 절대 빠지지 않더라고요.
여기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있습니다. 식욕이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참으면 되지”, “정신력이 약해서 그래”라고 스스로를 자책하죠. 하지만 30년간 사람들을 관찰해보니 그게 아니더군요. 식욕은 호르몬의 문제입니다. 의지력으로 호르몬을 이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어요. GLP-1이라는 호르몬이 있는데, 이게 음식을 먹으면 소장에서 분비되면서 뇌의 식욕 촉진 중추를 억제하고 포만감을 느끼게 해주거든요. 문제는 이 호르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는 겁니다.
특히 40대 이후 복부비만이 있는 분들,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분들, 항생제를 자주 복용한 분들의 경우 장내 미생물 균형이 무너져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장이 망가지면 식욕 조절 호르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요. 그러니 운동을 아무리 해도 식욕을 이길 수가 없는 겁니다. 운동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나는 왜 의지력이 이렇게 약할까”라고 자책하시는데, 의지력 탓이 아닙니다. 장 속 환경이 식욕 조절 능력을 결정하는 거였어요.
그 대표님에게 제가 실제로 권한 것, 아커만시아라는 균
2019년 그 분당 헬스장에서 만난 물류회사 대표님께 저는 한 가지를 권했습니다. 운동량을 줄이라는 게 아니었어요. 식단을 바꾸라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장 속 환경을 먼저 바꿔보시라”고 말씀드렸죠. 구체적으로는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Akkermansia muciniphila)라는 균에 대해 설명해드렸습니다.
이 균은 제가 2018년쯤 건강기능식품 회사 컨설팅을 하면서 처음 알게 됐거든요. 당시 그 회사가 유산균 신제품을 기획하고 있었는데, 연구진에게서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습니다. 아커만시아라는 균이 장 점막에 서식하면서 식욕 조절 호르몬 분비에 관여한다는 거였어요. 실제로 국내 특허 자료를 찾아보니, 아커만시아 뮤시니필라 균주가 식욕 억제와 대사성 질환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등록되어 있더라고요.
저는 그 대표님께 세 가지를 제안했습니다.
- 첫째, 아커만시아 균이 좋아하는 환경 만들기. 이 균은 식이섬유가 풍부한 환경에서 잘 자랍니다. 하루에 채소 섭취량을 두 배로 늘리시라고 했어요. 아침에 양배추 반 개를 갈아서 주스로 드시고, 저녁에는 브로콜리나 시금치를 반드시 곁들이시라고요.
- 둘째, 단순당 섭취 줄이기. 설탕, 과당, 액상과당이 들어간 음료와 과자를 끊으시라고 했습니다. 이런 것들이 장내 유해균을 폭발적으로 증식시키거든요. 아커만시아 같은 유익균이 살 자리를 빼앗기는 겁니다.
- 셋째, 공복 시간 확보. 저녁 7시 이후에는 아무것도 드시지 말고,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12시간 공복을 유지하시라고 했어요. 장이 쉬는 시간이 있어야 점막이 회복되고 아커만시아가 정착할 수 있거든요.
그 대표님이 이걸 6주간 실천하셨습니다. 운동량은 그대로 유지하시면서요. 결과가 어땠냐고요? 6주 뒤 허리둘레가 91센티미터에서 86센티미터로 줄었습니다. 체중은 78킬로그램에서 74킬로그램이 됐고요. 무엇보다 그분이 놀라워하셨던 건 “운동 후에 예전처럼 미친 듯이 배가 고프지 않다”는 거였어요. 밥 두 공기 드시던 분이 한 공기도 다 못 드시게 됐다더군요.
물론 이게 아커만시아 균 하나 때문만은 아닐 겁니다. 채소 섭취 증가, 단순당 감소, 공복 시간 확보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겠죠. 하지만 핵심은 분명했습니다. 장 환경이 바뀌니까 식욕 자체가 줄어들었다는 것. 의지력으로 참은 게 아니라, 몸이 알아서 덜 먹게 됐다는 것. 이게 진짜 ‘천연 식욕 억제제’의 원리였던 겁니다.
30년간 관찰한 복부비만의 진짜 패턴, 업종별로 다 달랐습니다
제가 30년간 수백 개 기업을 다니면서 대표님들의 건강 상태도 자연스럽게 관찰하게 됐는데요, 재미있는 패턴이 있더라고요. 업종에 따라 복부비만 유형이 다르다는 겁니다.
제조업 대표님들은 대체로 과식형이셨어요. 새벽부터 공장 돌리시고, 점심에 직원들과 백반집 가서 밥 두 공기에 찌개까지 드시는 패턴. 이분들은 식사량 자체를 줄이면 효과가 빠르게 나타났습니다. 반면 IT 업종 대표님들은 달랐어요. 식사량은 적은데 야식형이셨거든요. 밤 11시에 라면이나 치킨을 드시는 분들. 이분들은 저녁 이후 공복 시간을 확보하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가장 어려운 케이스는 영업직 출신 대표님들이셨어요. 술자리가 업무의 연장이신 분들. 주 3회 이상 회식을 하시는데, 안주로 삼겹살, 곱창, 치킨을 드시니까요. 이분들의 장내 환경은 정말 처참했습니다. 아커만시아 같은 유익균이 거의 전멸한 상태에서 유해균만 득시글거리는 상황. 이런 분들은 최소 3개월 이상 꾸준히 장 환경을 개선해야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대표님 유형별로도 달랐어요. 완벽주의자 스타일의 대표님들은 한번 마음먹으면 확실히 하시는 대신, 조금만 효과가 안 보이면 바로 포기하시더라고요. 이분들께는 “6주만 참으세요, 반드시 변화가 옵니다”라고 구체적인 기한을 드렸습니다. 반대로 느긋한 스타일의 대표님들은 꾸준히 하시긴 하는데 강도가 약하셨어요. 채소를 ‘조금 더’ 드시는 정도로는 안 되거든요. 이분들께는 “양배추 반 개를 갈아서 매일 아침 드세요”처럼 정량을 명확히 말씀드렸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께 직접 드리는 말씀
저는 지금 강연장 무대 위에 선 것처럼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객석에 앉아 계신 분들 얼굴이 보이는 것 같거든요. 운동 열심히 하는데 배가 안 들어가서 답답하신 분들. 다이어트 의지력이 약한 자신을 자책하시는 분들. 나이 들면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신 분들.
제가 30년간 현장에서 배운 건 이겁니다. 배가 나오는 건 당신의 의지력 문제가 아닙니다. 장 속 환경이 무너져서 식욕 조절 시스템이 고장 난 거예요. 고장 난 시스템을 의지력으로 이기려고 하면 반드시 실패합니다. 시스템 자체를 고쳐야 해요.
오늘 저녁부터 시작하세요. 양배추 반 개를 사서 갈아 드시고, 저녁 7시 이후로는 아무것도 드시지 마세요. 6주만 해보세요. 당신의 몸이 달라지는 걸 직접 느끼실 겁니다. 운동은 그대로 하시면서요.
2019년 그 분당 헬스장 라커룸에서 한숨 쉬시던 대표님, 지금은 허리둘레 82센티미터를 유지하고 계십니다. 그분이 하셨으면 당신도 하실 수 있어요. 문제는 방법을 몰랐던 것뿐이니까요. 이제 방법을 아셨잖아요. 그러면 오늘 당장 양배추 한 통, 장바구니에 넣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