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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야근하는 회사의 비밀 (강요 없음)
2019년 겨울이었습니다. 서울 마포구 합정동, 직원 열두 명짜리 IT 스타트업. 밤 열한 시가 넘었는데 사무실 불이 환하게 켜져 있었거든요. 저는 그날 다른 클라이언트 미팅을 마치고 우연히 그 건물 앞을 지나쳤는데, 발이 딱 멈췄습니다.
‘아, 또 야근 강요하는 회사구나.’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죠. 그런데 이상한 겁니다. 사무실 안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오는 거예요. 누군가 박수를 치는 소리도. 저는 결국 참지 못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대표한테 “무슨 일입니까?” 하고 물었더니, 그 분이 씩 웃으면서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오늘 팀이 스스로 남겠다고 했어요. 제가 시킨 게 아닙니다.”
저는 그 말을 들으면서 30년 컨설팅 인생에서 처음으로 제 머릿속에 박혀 있던 공식이 완전히 뒤집히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나는 오랫동안 틀렸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는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이런 말을 클라이언트한테 했습니다. “직원들 야근 안 하면 회사가 성장 못 합니다. 강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야 해요.” 지금 생각하면 얼굴이 뜨거워지는 소리죠.
2004년, 경기도 안양의 한 중소 제조업체. 사장님이 저한테 컨설팅을 의뢰하면서 딱 한 가지를 부탁했어요. “직원들이 좀 더 열심히 일하게 만들어주십시오.” 저는 자신 있었습니다. 성과 지표를 만들고, 야근 수당 체계를 정비하고, 팀장 평가에 잔업 시간을 반영하도록 시스템을 짰죠.
석 달 뒤, 야근 시간은 평균 두 배로 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생산성 지표는 오히려 8% 떨어졌어요. 직원 세 명이 퇴사했고, 남은 직원들은 표정이 없어졌습니다. 그때 저는 뭔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걸 느꼈지만, 정확히 뭐가 문제인지는 몰랐어요.
그게 제 첫 번째 큰 실패였습니다.
두 번째 실패는 더 뼈아팠습니다
2009년 금융위기 직후였어요. 부산의 한 유통 회사 대표님이 저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목소리가 완전히 죽어 있었어요. “선생님, 직원들한테 이번 달 월급을 제대로 못 줄 것 같습니다.” 저는 한달음에 내려갔죠.
회사 상황을 들여다보니까 매출은 있었어요. 근데 현금흐름이 완전히 막혀 있었고, 팀 분위기는 이미 끝나 있었습니다. 직원들 사이에 서로 눈치 보는 문화가 팽배했고, 아무도 먼저 나서지 않았어요. 다들 ‘어차피 내 일 아니야’라는 분위기였거든요.
그 대표님이 저한테 울먹이면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제가 직원들한테 잘해줬다고 생각했는데, 왜 이 위기에 아무도 같이 버텨주질 않는 걸까요.”
저는 그 말을 듣고 차마 바로 대답을 못 했어요. 왜냐하면, 그분이 말하는 ‘잘해줬다’가 뭔지 제가 알고 있었거든요. 명절에 상품권 돌리고, 생일에 케이크 사주고, 야유회 챙겨준 것. 근데 그게 다였어요.
직원들은 그 회사 일을 ‘내 일’로 느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겁니다.
그렇다면 합정동 그 회사는 대체 뭐가 달랐을까요
저는 그 날 이후로 그 스타트업을 세 달 동안 가까이서 들여다봤습니다. 별도의 컨설팅 계약도 아니었어요. 순수한 호기심으로요. 그리고 딱 세 가지가 다르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이걸 말씀드리기 전에 한 가지 먼저 못 박겠습니다. 이건 복지가 좋아서도 아니고, 연봉이 높아서도 아닙니다. 그 회사 연봉은 업계 평균보다 낮았어요. 복지라고 해봤자 커피 쿠폰 정도였습니다.
첫 번째 비밀: ‘이유’를 공유했습니다
그 회사 대표는 매주 월요일 아침, 딱 15분짜리 미팅을 했습니다. 근데 이 미팅이 여느 회사 조회와 달랐어요. 그 분은 항상 이 질문으로 시작했거든요. “이번 주 우리가 이걸 왜 해야 하는지, 제가 먼저 말씀드릴게요.”
회사의 재무 상황을 솔직하게 공유했습니다. 이번 달 목표가 왜 중요한지, 이 프로젝트가 안 되면 어떤 일이 생기는지를 숨기지 않았어요. 직원들을 어른 취급했다는 거죠.
대부분의 사장님들이 이걸 못 합니다. 왜냐? 직원들이 알면 불안해할까봐, 혹은 이 정보가 새어나갈까봐 겁나는 거거든요. 근데 그렇게 정보를 막으면 직원들은 자기가 어떤 게임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채로 일하게 됩니다. 그러면 당연히 자기 일처럼 느껴질 리가 없죠.
두 번째 비밀: 실패에 벌을 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그 회사를 관찰하던 중에 이런 장면을 봤습니다. 팀원 한 명이 클라이언트 제안서를 완전히 날렸어요. 수주 실패. 일주일치 작업이 물거품이 됐죠. 저는 속으로 ‘이제 대표가 뭐라고 하나’ 하고 지켜봤습니다.
대표가 그 직원한테 한 말이 이겁니다. “이번 거 왜 안 됐는지 본인이 제일 잘 알죠? 다음 주까지 딱 한 장짜리 분석 써와요. 잘하려고 한 거 다 알아요.”
그게 끝이었어요. 야단도, 한숨도, 눈치도 없었습니다. 그 직원은 그 다음 달에 혼자 야근을 자처하면서 비슷한 유형의 제안서를 두 건 수주해냈더라고요.
이게 무서운 겁니다. 사람은 실패에 벌을 받으면 다음에 도전하지 않아요. 안전한 선에서만 움직입니다. 근데 실패가 학습으로 연결되면, 그 사람은 스스로 만회하고 싶어집니다. 그 에너지가 자발적인 야근으로 나타나는 거예요.
세 번째 비밀: 성과가 아니라 ‘과정’을 인정했습니다
한국 회사 대부분이 결과로만 사람을 평가합니다. 팔았냐 못 팔았냐. 매출 달성했냐 못 했냐. 이게 나쁜 게 아닌데, 이것만 있으면 문제가 생깁니다.
그 합정동 대표는 달랐어요. 매주 금요일 오후, 팀원들이 각자 이번 주에 시도해본 것, 배운 것, 실험한 것을 짧게 공유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상관없어요. “이번 주에 뭔가 시도해봤다”는 것 자체를 대표가 인정해줬습니다.
저는 현장에서 수백 개 회사를 봤는데요, 직원들이 무기력해지는 가장 빠른 방법이 뭔지 압니다. 결과가 좋을 때만 칭찬하는 겁니다. 그러면 직원들은 결과가 확실할 때만 움직여요. 불확실한 건 건드리지 않습니다. 회사가 정체되는 이유의 70%가 여기에 있어요.
그래서 지금 당신 회사에 뭘 바꾸라는 겁니까
저는 강연장에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꼭 이런 질문이 나옵니다. “선생님, 그 방법 다 좋은데 우리 직원들은 달라요. 원래 의욕이 없는 애들이에요.” 저는 이 말 들을 때마다 딱 한 마디 합니다.
“그 직원, 입사 첫날도 의욕이 없었습니까?”
대부분 말문이 막히더라고요. 의욕이 없어진 건 그 사람이 원래 그래서가 아닙니다. 어딘가에서 꺼진 겁니다. 그리고 그 불을 끈 건 대부분 시스템이고, 문화이고, 리더의 태도입니다.
제가 드리는 실행 방법은 딱 세 가지입니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 이번 주부터, 월요일 아침 15분, 회사의 현재 상황을 직원들에게 솔직하게 공유하세요. 매출이 얼마고, 이번 달 뭐가 걸려 있는지. 숫자를 감추지 마세요. 직원들은 생각보다 훨씬 어른입니다.
- 다음 번에 직원이 실패했을 때, 한 장짜리 ‘배운 점’ 리포트를 받아보세요. 야단치지 말고요. 이 한 가지만 바꿔도 팀 분위기가 두 달 안에 달라집니다. 제가 보장합니다.
- 금요일마다 ‘이번 주에 시도해본 것’ 공유 시간을 5분이라도 만드세요. 결과가 아닌 시도를 인정해주는 문화. 이게 쌓이면 직원들이 스스로 새로운 걸 해보고 싶어집니다. 그 에너지가 밤을 자발적으로 태우는 힘이 됩니다.
저는 컨설턴트 생활을 하면서 자발적 야근이 일어나는 회사를 수십 곳 봤습니다. 공통점이 뭔지 아세요? 한 곳도 예외 없이, 직원들이 그 회사 일을 ‘내 일’로 느끼고 있었습니다.
강요로 만든 야근은 회사를 서서히 썩입니다. 직원들의 몸은 남아 있어도, 마음은 이미 퇴사한 상태거든요. 이걸 ‘가성비 좋은 인력 활용’이라고 착각하는 사장님들을 저는 너무 많이 봤어요. 그리고 그 회사들이 어떻게 됐는지도요.
오늘 이 글을 읽고 계신 분께 딱 하나만 여쭤보겠습니다.
지금 당신 옆에 있는 직원, 오늘 몇 시에 퇴근했습니까? 그리고 그 이유가 무엇인지, 당신은 정말 알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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