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ml

30년 경력자가 후배 창업자에게 절대 하지 말라는 투자 실수

2019년 겨울, 인천 남동공단 근처의 한 허름한 사무실이었습니다. 50대 초반의 사장님이 테이블 위에 서류 봉투 하나를 툭 던지듯 내려놓으셨어요. 봉투 안에는 대출 서류, 임대차 계약서, 그리고 설비 구매 영수증이 뒤엉켜 있었습니다. 그분이 처음 꺼낸 말이 지금도 귓가에 맴돌아요.

“선생님, 저 이거 잘한 거 맞죠? 다들 지금이 기회라고 해서요.”

그 눈빛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확신을 구하는 눈인지, 아니면 이미 뭔가 잘못됐다는 걸 본인도 알면서 그냥 누군가한테 “괜찮다”는 말 한마디 듣고 싶었던 건지. 저는 서류를 한 장씩 넘기면서 속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6개월 전에 설비에 쏟아부은 돈이 무려 4억 2천만 원. 그런데 그 설비는 아직 공장 한켠에서 비닐도 채 벗기지 못한 채 서 있었거든요.


“기회가 왔을 때 크게 질러야 한다” — 이 말이 사람을 죽입니다

30년 동안 수백 개 기업을 들여다봤습니다. 제조업, 유통업, 서비스업, 요즘은 스타트업까지. 그러면서 하나의 패턴을 질리도록 봤어요. 망하는 기업들한테는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죽을 때 혼자 죽지 않는다는 겁니다. 반드시 ‘투자 실수’를 끌어안고 같이 죽어요.

그런데 더 무서운 건 그 투자 실수가 ‘나쁜 사람들한테 속아서’ 생기는 게 아니라는 거예요. 대부분은 사장님 본인이 판단한 겁니다. 스스로 결정하고, 스스로 사인하고, 스스로 무너졌어요. 외부의 적이 아니라 내부의 흥분이 문제였던 거죠.

오늘 이 글은 그 흥분을 한 박자 늦춰드리려고 씁니다. 당신이 지금 막 창업했거나, 첫 번째 확장을 앞두고 있다면, 이 글을 인쇄해서 책상 앞에 붙여놓으세요. 진심으로.


실수 ① 수요 확인도 없이 공급부터 늘린다

인천 사장님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 봅시다. 그분이 4억짜리 설비를 산 이유가 뭔지 아세요? 거래처 한 곳에서 “물량 늘릴 수 있어요?”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계약서도 없었어요. 구두 약속, 그것도 담당 직원 레벨에서 나온 말 한마디. 그걸 듣고 설비를 질러버린 거예요.

제가 그 거래처에 직접 전화해봤습니다. 담당자가 말하더군요. “아, 그거요. 그냥 가능성 얘기한 거였는데… 저희도 아직 본사 승인이 안 났거든요.” 그 말을 통역하면 이렇습니다. 없던 일이에요.

창업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바로 이겁니다. 공급 능력을 키우는 것과 수요를 확보하는 것을 혼동하는 거예요. 설비를 사면 뭔가 준비된 느낌이 들거든요. 사무실을 넓히면 성장한 느낌이 들고요. 그런데 그 느낌은 착각입니다. 고객이 돈을 지불하기 전까지 그 설비는 그냥 창고에 쌓인 쇳덩어리예요.

제가 현장에서 쓰는 원칙이 있습니다. “확약서가 없으면 투자 없다.” 구두가 아니라 문서. 약속이 아니라 계약. 가능성이 아니라 발주서. 이 세 가지 중 하나라도 없으면, 설비 얘기는 꺼내지도 마세요.


실수 ② 유행에 올라타는 ‘묻지마 투자’

2021년이었습니다. 전국에서 배달 플랫폼 바람이 불던 때요. 저한테 컨설팅을 의뢰해온 분이 있었는데, 원래 동네 중식당을 20년 넘게 운영하시던 분이었어요. 매출도 안정적이고, 단골도 탄탄하고, 전혀 문제없는 가게였습니다.

그분이 제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주변에 다 배달 전문점 낸다고 하는데, 저도 브랜드 하나 더 만들어서 배달 시작하면 어때요? 주방 있고, 사람 있으니까 그냥 메뉴만 추가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얼핏 들으면 합리적으로 들리죠? 저도 처음엔 잠깐 고민했습니다. 그런데 숫자를 뜯어보니 아니더라고요. 배달 플랫폼 수수료, 포장재 원가, 라이더 연계비용, 리뷰 관리 인력까지 더하면 수익률이 기존 홀 영업의 절반도 안 됐어요. 더 무서운 건, 배달에 집중하다가 홀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20년짜리 단골이 떠난다는 거였습니다.

저는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하지 마세요. 지금 당신이 가진 20년짜리 자산을 왜 유행 따라가다 희석시킵니까.” 그분은 결국 안 하셨어요. 그리고 2년 뒤, 배달 플랫폼 수수료가 줄줄이 오르고 경쟁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섣불리 뛰어들었던 주변 가게들이 하나씩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유행은 파도입니다. 파도를 보고 무작정 뛰어드는 게 용기가 아니에요. 그 파도가 내 배를 띄울 수 있는지 먼저 따져봐야 하는 겁니다. 남들이 다 한다는 게 가장 위험한 투자 신호거든요. 군중이 몰릴 때 시장은 이미 기울기 시작한 겁니다.


실수 ③ ‘우리가 좋으면 된다’는 착각 — 내부 확신이 시장을 이긴다는 망상

이건 스타트업한테 특히 많이 보이는 패턴입니다. 팀원들끼리 수십 번 밤을 새우며 만든 제품, 대표가 직접 기획하고 개발한 서비스. 그 안에 얼마나 많은 땀이 배어있는지 저도 압니다.

그런데 그 땀이 오히려 눈을 멀게 해요. “우리가 이렇게 열심히 만들었는데 왜 안 팔려?”라는 질문이 나오는 순간이 위기의 시작이거든요. 열심히 만든 것과 시장이 원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제가 본 어느 스타트업은 제품 개발에 1년 반, 비용으로 8억 원을 썼습니다. 투자자도 붙었고, 팀도 열정적이었어요. 그런데 베타 테스트를 딱 두 달 만에 끝내고 바로 풀 론칭을 했어요. 실사용자 피드백을 충분히 못 받은 채로요. 론칭 3개월 만에 DAU(일일 활성 사용자)가 0에 수렴했습니다. 8억이 공중에 날아간 거죠.

나중에 그 대표한테 물어봤어요. “왜 피드백을 더 안 모았어요?” 그분의 대답이 뼈를 때렸습니다. “솔직히… 나쁜 말 듣기 싫었어요. 우리가 틀렸다는 게 무서웠거든요.” 그 솔직함이 차라리 고마웠지만, 동시에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시장은 당신의 노력에 점수를 주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결과물의 쓸모만 평가해요. 내부 확신이 강하면 강할수록, 외부 검증을 더 냉정하게 받아야 합니다. 그게 창업자가 스스로를 지키는 방법이에요.


30년 현장에서 뽑아낸 단 하나의 원칙

수백 개 기업을 보면서 제가 최종적으로 붙들게 된 원칙이 있습니다. 거창하지 않아요. 딱 한 문장입니다.

“흥분 상태에서 결정한 투자는 반드시 후회한다.”

좋은 투자 기회가 왔을 때, 몸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 때, 주변에서 다들 “지금 아니면 없다”고 할 때. 그 순간 저는 반대로 브레이크를 겁니다. 왜냐하면 그 흥분이야말로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가장 강력한 독이거든요.

제가 현장에서 쓰는 ’72시간 룰’이 있습니다. 투자 결정 전에 무조건 72시간, 그러니까 3일을 기다리는 거예요. 그 3일 동안 딱 세 가지만 해보세요.

  • 첫째, 이 투자가 실패했을 때 내 회사가 버틸 수 있는가. 최악의 시나리오를 숫자로 써보세요. 감으로 쓰지 말고, 실제 현금 흐름표 위에 적어보세요.
  • 둘째, 나한테 반대하는 사람의 말을 제대로 들었는가. 찬성하는 사람 열 명보다 반대하는 사람 한 명의 근거가 더 소중합니다. 그 사람이 틀렸다는 걸 논리로 반박할 수 있어야 투자를 해도 됩니다.
  • 셋째, 지금 이 결정이 3년 후에도 나한테 유효한가. 유행인지, 구조인지 구분하는 질문입니다. 3년 뒤에도 이 시장이 존재하는지 냉정하게 따져보세요.

이 세 가지 질문에 명확히 답할 수 있으면, 그때 투자하세요. 반대로 하나라도 막히는 게 있다면, 그 투자는 아직 때가 아닌 겁니다. 두려움이 아니라, 판단입니다.


마지막으로 당신한테 드리는 말

인천 사장님은 결국 그 설비를 원가의 30%에 처분했습니다. 4억 2천에 샀는데 1억 3천 받고 팔았어요. 3억 가까이 날린 거죠. 그분이 마지막에 제게 하신 말씀이 있어요.

“그때 선생님한테 먼저 전화 한 통만 했어도…”

저는 그 말이 너무 마음에 걸렸어요. 그래서 이 글을 씁니다. 저한테 전화 못 하더라도, 이 글을 먼저 읽고 한 번만 멈춰 서는 사람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창업은 용기 있는 사람이 하는 겁니다. 그런데 진짜 용기는 기회를 잡는 용기가 아니라, 잘못된 기회를 거절하는 용기라는 걸 꼭 기억하세요. 30년 동안 살아남은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이걸 알고 있었습니다.

지금 당신 앞에 놓인 그 투자 제안서, 정말로 지금 당장 사인해야만 합니까?

“`

Leave a comment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