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한 명이 회사를 망하게 하는 법: 30년 인사 컨설팅의 충격적 사례
2016년 겨울, 충청북도 청주. 제조업 기반의 중소기업 대표가 저를 만나자마자 고개를 숙였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직원 한 명의 이름이 적힌 A4 용지 한 장이 놓여 있었고, 그 옆에는 회사 계좌 잔액이 찍힌 통장 사본이 있었습니다. 잔액은 230만 원이었습니다. 연매출 80억짜리 회사가요.
“이 사람 때문입니다.” 대표의 목소리가 갈라졌습니다. 저는 그 A4 한 장을 집어 들었고, 읽으면서 등골이 오싹해졌거든요. 이건 단순한 직원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이건 회사 전체가 한 사람에게 조용히 잠식당한 이야기였습니다.
1막.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그 직원, 편의상 K 씨라고 부르겠습니다. 입사 8년 차, 영업팀 팀장이었습니다. 회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사람이었어요. 회식 자리에서 항상 분위기를 주도했고, 신입사원 교육도 자청해서 맡았고, 대표가 자리를 비우면 가장 먼저 사무실 문을 열었습니다.
그런데 이 사람이 5년에 걸쳐 조용히 해온 일이 있었습니다. 거래처 리베이트를 본인 계좌로 빼돌리고, 핵심 영업 정보를 경쟁사에 흘리고, 자기 사람들을 팀 안에 심어서 본인이 나갈 때 한꺼번에 데리고 나갈 준비를 해온 겁니다. 무려 5년 동안이요.
그가 퇴사한 날, 영업팀 12명 중 7명이 동반 퇴사했습니다. 주요 거래처 6곳이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경쟁사의 영업본부장으로 다음 주 월요일에 출근했습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단 하루 만에 매출의 60%가 날아간 거였습니다.
2막. 내가 틀렸습니다 — 30년 경력자의 고백
저도 이런 케이스에서 초기에 오판한 적이 있습니다. 솔직히 털어놓겠습니다. 2009년, 서울 마포구의 한 IT 스타트업이었는데요. 대표가 저한테 전화를 해서 “팀장 한 명이 좀 이상한 것 같다”고 했을 때, 저는 이렇게 말했거든요. “대표님, 요즘 젊은 직원들이 예민한 거예요. 너무 예의주시하면 역효과 납니다.”
6개월 후, 그 팀장은 개발팀 전원을 끌고 나가 직접 경쟁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저는 그 대표에게 아무 말도 못 했습니다. 커피 한 잔 사드리면서 죄송하다는 말만 했죠. 그때 제 나이 마흔셋이었는데, 그날 밤이 제 컨설팅 인생에서 가장 긴 밤이었습니다.
그 실패 이후로 저는 ‘좋은 직원’의 기준을 완전히 다시 세웠습니다. 기존에 제가 좋은 직원이라고 생각했던 조건들, 그러니까 성실함, 유능함, 인간관계 좋음, 이런 것들이 얼마나 표면적인 기준인지 깨달은 거예요.
회사를 망하게 하는 직원은 무능한 직원이 아닙니다
이게 핵심입니다. 제가 30년간 컨설팅하면서 본 회사를 실제로 위협에 빠뜨린 직원들, 단 한 명도 무능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오히려 전부 다 능력자였습니다. 유능하면서 동시에 회사보다 자기 자신을 먼저 챙기는 사람, 그 조합이 가장 위험합니다.
제가 직접 기록해둔 케이스만 87건입니다. 그중에서 회사에 심각한 타격을 준 ‘문제 직원’의 유형을 분석해봤더니, 크게 세 가지로 나뉘더라고요. 이 세 유형은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문제없어 보입니다. 오히려 대표가 신뢰하고 아끼는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유형 1. 정보를 독점하는 사람
“저 사람이 없으면 이 일을 아무도 못 해요.” 대표 입에서 이 말이 나오는 순간, 저는 귀를 바짝 세웁니다. 2019년, 경기도 안양의 물류 회사에서 재무팀장 한 명이 회사 전체 자금 흐름을 혼자만 알고 있었습니다. ERP 시스템 비밀번호도 본인만 알았고, 거래처 담당자 연락처도 본인 핸드폰에만 있었습니다.
이 사람이 갑자기 건강 문제로 3개월 입원했을 때, 회사는 말 그대로 멈췄습니다. 세금계산서를 못 끊었고, 대금 수금이 안 됐고, 협력사 연락을 못 했습니다. 이 재무팀장은 악의가 있던 게 아닙니다. 그냥 회사가 그 구조를 허용해온 겁니다. 하지만 결과는 의도와 상관없이 똑같이 처참했습니다.
유형 2. 조직 문화를 서서히 오염시키는 사람
이 유형이 제일 무섭습니다. 당장 눈에 보이는 손해가 없거든요. 2021년에 제가 진단했던 서울의 한 디자인 에이전시, 직원이 총 23명이었는데요. 팀장급 한 명이 뒤에서 조용히 대표 욕을 퍼뜨리고, 신입사원한테 “이 회사는 미래가 없어”라고 귓속말을 하고, 회의 자리에서는 웃으면서 박수를 쳤습니다.
1년 사이에 직원 이직률이 67%를 넘었습니다. 채용 비용만 계산해도 4천만 원이 넘었고, 핵심 프로젝트 두 개가 중도에 터졌습니다. 회사가 이 사람을 직접 자를 수 없었던 이유는, 업무 능력만 따지면 완벽에 가까웠기 때문입니다. 클라이언트 만족도는 팀에서 제일 높았거든요.
유형 3. 떠날 준비를 하면서 남아있는 사람
앞에서 소개한 K 씨 케이스가 딱 이겁니다. 이 유형의 사람들은 이미 마음이 떠난 상태에서 몸만 회사에 있습니다. 그러면서 자기가 나갈 때 최대한 유리한 조건을 만들어 놓습니다. 거래처 관계를 본인 중심으로 재편하고, 팀원들에게 본인에 대한 충성심을 심고, 회사의 약점과 정보를 축적합니다.
제가 인터뷰한 이직 경험자 중에서 “퇴사 전 마지막 6개월이 가장 바빴다”고 말한 사람이 상당수 있었습니다. 일이 바빴던 게 아니라, 나갈 준비가 바빴던 거예요. 그리고 그 준비의 피해는 오롯이 회사가 다 뒤집어씁니다.
3막.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 30년 경험에서 나온 실행 원칙
이 대목에서 제가 강연장에서 항상 받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러면 직원을 믿지 말라는 겁니까?” 아닙니다. 정반대입니다. 제대로 믿으려면, 먼저 제대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원칙 1. ‘없어서는 안 될 사람’을 만들지 마세요
회사에서 특정 직원 한 명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구조, 이건 그 직원을 위한 게 아닙니다. 사실 그 직원에게도 독입니다. 퇴근도 못 하고, 아파도 못 쉬고, 번아웃이 오죠.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 직원이 그 사실을 ‘권력’으로 인식하기 시작하는 순간입니다. 그때부터 협박에 가까운 상황이 벌어지기도 합니다.
모든 핵심 업무는 문서화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문서는 해당 직원만 갖고 있으면 안 됩니다. 이게 번거롭다고요? 제가 청주에서 만난 그 대표는 통장에 230만 원이 남았을 때 이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알았습니다. 미리 아는 게 훨씬 싸게 먹힙니다.
원칙 2. 뒤에서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세요
이게 감시하라는 게 아닙니다. 심리적으로 안전한 소통 채널을 만들라는 겁니다. 직원들이 직접 대표에게, 혹은 HR 담당자에게 “팀 안에서 이런 말이 돌고 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요. 이게 없으면 조직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대표는 항상 마지막에 압니다.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한 다음에.
제가 컨설팅한 회사 중에 분기마다 익명 조직 건강 진단을 실시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딱 다섯 가지 질문만 했거든요. “지금 팀 분위기가 어떻습니까?”, “당신의 성과가 제대로 인정받고 있습니까?”, “누군가의 행동이 팀에 해가 된다고 느낍니까?” 이런 류의 질문들이었습니다. 이 간단한 장치 하나가 조직 문화 오염을 초기에 잡아냈습니다.
원칙 3. 퇴사 예고 신호를 읽으세요 — 그리고 먼저 대화하세요
마음이 떠난 직원에게는 반드시 신호가 있습니다. 갑자기 야근이 줄어든다, 거래처 미팅을 본인이 아닌 후임에게 자꾸 넘긴다, 업무 인수인계 관련 자료를 스스로 정리한다, 예전에는 주도적으로 나섰던 회의에서 침묵한다. 이게 다 신호입니다.
그 신호가 보이면, 정식 면담 자리를 만들기 전에 커피 한 잔 사면서 먼저 물어보세요. “요즘 어때요? 뭔가 힘든 거 있어요?” 이 한 마디가 절반의 이직을 막는다는 게 제 경험입니다. 사람은 보통 회사를 떠나는 게 아니라, 무시당한 감정을 못 견뎌서 떠나거든요.
물론 붙잡아야 할 사람이 있고, 이미 떠날 준비가 끝난 사람도 있습니다. 그걸 구분하는 것도 경영자의 역할입니다. 하지만 그 구분조차 해보지 않고, 갑자기 사표를 받고 멍하니 서 있는 대표들을 저는 너무 많이 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정말 드리고 싶은 말
청주의 그 대표는 결국 회사를 살렸습니다. 남은 직원 5명이랑 6개월 동안 새벽 6시부터 밤 11시까지 일했습니다. 거래처를 다시 발로 뛰어 개척했고, 2년 후에는 매출이 오히려 전보다 20% 올랐습니다. 저는 그 대표가 진짜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근데 그 고생을 안 해도 됐을 수 있었습니다. 단 하나의 구조적 허점, 단 하나의 소통 부재가 만들어낸 참사였거든요. 저는 30년 동안 수백 개의 회사를 봐오면서 이 사실을 뼛속 깊이 알게 됐습니다. 회사는 시장이 죽여도 망하지만, 사람이 죽이면 더 빨리, 더 조용히, 더 억울하게 망합니다.
지금 당신 회사에, 당신이 너무 믿어서 오히려 제대로 보지 못하는 직원이 한 명쯤 있지 않습니까?
인사전문가